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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넘어 고작 그림이리 씁니다
고1 언니의 입학식이 있는 날
첫 고등학교 등교하는 날이라 새벽부터 엄청 바쁘게
머리 감고, 한껏 이쁘게 꾸미고, 덩달아 나도 바쁘고,
최 여사는 막내딸의 고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회사에 휴가까지 냈다
고1 언니를 학교 후문에 먼저 내려주고 주차하기 위해
정문으로 들어가는데 뭔가 썰렁한 기분이 들었다
등교가 늦은 몇몇의 학생과 주임 선생님뿐,
우리처럼 입학식에 참여하기 위해
들어가는 학부모 차량은 없었다
"저 입학식은 어디서 하나요?"
"입학식요? 대강당에서 하겠죠?"
선생님의 눈빛이 입학식에 참석하는 부모를 처음 보는듯했다
학교 건물 5층에 대강당이 있었고,
빈 대강당 안에는 의자만 있고 학생들도 없었고,
입학식에 참석한 다른 학부모의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최 여사가
뭔가 잘못된 듯 나에게 말했다
"빨리 도망칩시다"
"괜히 입학식에 우리 둘만 참석했다가
고1 언니의 고등학교 생활에 큰 지장을 줄 것 같아요"
우리 둘은 아무도 눈치 못 채게 조용하고 은밀하게
대강당을 빠져나와 재빨리 자동차에 탔다
원래 고등학교 입학식은 안 가는 건가
왜 우리 부부는 당연히 입학식에 참석해야 하는 줄 알고 있었을까
잠시 멍하게 있다가 휴가까지 낸 최 여사가
"집에 가서 잠이나 잡시다"
<빨리 도망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