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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아나 Aug 25. 2023

번아웃은 예방이 최선이다


번아웃을 예방해야 하는 이유


일하는 사람에게 번아웃이 치명적인 이유는 일에서만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까지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방식으로 삶이 망가질 때,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번아웃으로 힘들던 때를 돌이켜보면, 아무런 답을 찾지 못한 채 길을 헤매던 제가 떠올라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이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질병'이 아닌 직업 관련 ‘증상’으로 정의합니다.

   

번아웃이 '병'이 아니라면, 따로 예방할 필요가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번아웃은 일과 삶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선택을 하게 했어요. 건강을 잃고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의미와 삶에 대한 태도 전체를 바꾸어 놓았죠.

'조용히 그만두기(Quiet quitting)'가 전 세계적으로 큰 공감을 받는 걸 보면, 번아웃은 이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만성적인 현상이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번 번아웃을 겪었으니 두 번 다시 겪지 않을 거라고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일하는 사람으로 건강하고 나답게 살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번아웃 증상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 이에 대비하는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라고 보았습니다.



내가 번아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1.

번아웃은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으로 전에 없던 경험을 하게 합니다. 만약 다음과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면 번아웃일 수 있어요.



번아웃이 심해지면 열정으로 가득한 마음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으로 변하고, 업무에 대한 무관심과 부정적 인식에 빠져 자기 능력에 대해 회의를 느낍니다.

이에 따라 생산성이 저하되고 자기 불신의 늪에 빠지게 되지요. 결국은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으로 지치게 됩니다.


2.

준비하던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마친 후, 나의 감정을 살펴보면 내가 번아웃인지 아닌지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업무 스트레스나 슬럼프인 경우, 업무 종료 후 ‘성취감’을 느끼지만, 번아웃은 그렇지 않죠. 만족감이나 안도감보다는 무감각하거나 깊은 절망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팀원들과 즐겁게 회식하던 날, 저는 홀가분한 마음보다는 부담스럽고 부정적 감정 때문에 ‘앞으로 이런 업무를 또 잘 해낼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일하는 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감정이었기에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3.

심리 치료사 시오반 머레이는 번아웃 증상으로 당분이나 알코올 등에 의존하는 나쁜 습관이 새롭게 생기지는 않았는지 점검해 볼 것을 권합니다.


달지 않은 차 종류만 마시던 저는 언제부턴가 매일 바닐라라테를 챙겨 마시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케이크나 쿠키를 가까이하기 시작했습니다. 설탕 같은 당분에 의존해 하루를 보내게 된 거죠.


이런 습관은 악순환에 빠지게 합니다. 많은 양의 당분이 짧은 시간 안에 도파민을 자극해 극도의 즐거움을 맛보게 함으로써 점점 더 단맛에 의존하게 만들죠. 누군가는 알코올이나 담배, SNS 등에 자신의 하루를 기대어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최근 생활 습관이 안 좋은 쪽으로 변화했다면, 혹시 그 원인이 번아웃 때문은 아닌지 꼭 확인해 보세요. 균형이 깨진 일상은 나를 힘들게 합니다.



진짜 번아웃 체크리스트


내가 번아웃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 2가지를 소개합니다.


하나는 저의 브런치북 ‘두 번째 갭이어 중입니다’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UC 버클리대 심리학 교수인 크리스티나 매슬라크의 '매슬라크 번아웃 인벤토리(MBI)'에요.


MBI는 번아웃 상태를 정의하고 측정하기 위해 고안되었고, 1) 탈진(에너지 고갈), 2) 냉소주의, 3) 능률(무기력) 세 가지 측면에서 번아웃을 정의합니다. 영역마다 문항을 읽고 점수를 매겨보세요.

 


두 번째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의 ‘번아웃 자가진단표’입니다. 총 3개 이상 해당 시, 번아웃이라고 해요.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번아웃의 4단계 진행 과정’


『번아웃 세대』를 쓴 곽연선 작가는 번아웃이 총 4단계의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고 말합니다.


1. '열성' 단계. 열정이 넘치는 신입사원의 모습과 같습니다.
2. ‘침체’ 단계. 삶 속에 내가 없는 공허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3. ‘좌절’ 단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좌절을 의미합니다. 적은 보상이나 평가의 공정함 같이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좌절 단계에 들어서게 되죠.
4. 내가 하는 일에 ‘무관심’한 단계. 이 단계에 이르면 사실상 심각한 번아웃으로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보통 어떤 단계일 때 스스로 번아웃임을 깨닫게 될까요?


대개 세 번째 단계인 ‘좌절’과 네 번째 단계인 ‘무관심’ 일 때인 경우가 많습니다. 종종 제게 상담을 요청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 두 단계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번아웃임을 깨닫곤 해요.

저 또한 마지막 단계가 되어서야 ‘내가 번아웃이구나’ 하고 알았죠.


그러나 ‘좌절’이나 ‘무관심’ 단계에서는 번아웃임을 알아차렸다 하더라도 회복하기 쉽지 않아요. 이미 무기력과 소진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지나친 기대와 열정으로 일에 몰입하는 ‘열성’ 단계와 그 열정이 식은 후 업무 외적인 조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침체’ 단계일 때 혹시 내가 번아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야 합니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순간 또한 번아웃 초기 증상임을 잊지 말아야 해요.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나 부담감을 지나치게 느낀다거나, 과도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는 순간을 빨리 알아챌수록 나의 일과 일상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제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 머무를지, 그만두고 새로운 길로 나아갈지 정확히 판단해야 다시 잘 살아갈 수 있겠죠.


무엇보다 여러분께서는 무방비 상태로 번아웃을 맞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내 삶에 번아웃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실 거예요. 그러나 책임감을 느끼고 성실하게 일을 해나가는 사람이라면, 분명 어느 시점에는 그동안의 열정이 무색해질 만큼 일에 무관심하고 지친 시기를 맞이할 거예요.


업무 스트레스라 하기엔 그 정도가 심하고, 우울증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애매한 상태의 내 모습이 당황스럽겠지만, 번아웃은 내가 나약하거나 못나서 겪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원인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범위, 즉 사회와 조직에 있다고 할 수 있죠.


내가 힘든 건 번아웃이 무엇인지, 어떤 증상이 있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에요.

명확한 번아웃 증상인데도 내가 이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니, 몸과 마음은 얼마나 힘이 들까요?


예방주사가 독감 증상을 완화해 주듯, 번아웃을 잘 알고 나의 상태를 점검하는 일이 심각한 번아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번아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면,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이 좀 더 쉬워질 거예요.



번아웃 예방주사를 통해 건강한 일상을 이어 나가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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