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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아나 Sep 16. 2023

'나를 위한 다정한 일상 기록' 첫 번째

(1) 삶의 균형 점검하기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보다, ‘라밸’(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꽤 오랫동안 품어왔습니다. 지나치게 일에 몰입한 결과, 탈진과 무기력을 느끼면서도 제대로 쉬지도, 놀지도 못하는 제가 답답했습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죠.


'칼퇴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했지만,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친구와 재미있게 수다 떨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손꼽아 기다리던 전시를 관람한 후에도,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필라테스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 후에도 온전히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어요.

뭔가 텅 비어버린 마음은 휴가를 즐기고 와서도 사라지지 않았죠.

몸은 회사에서 벗어났을지 몰라도, 마음의 스위치는 완전히 끄지 못했기 때문이었어요.


한참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일‘과’ 삶을 서로 ‘연결’하려 하지 않고, 일 ‘또는’ 삶으로 ‘구분’하려는 마음이 균형을 잃게 했다는 걸요. 퇴근 후에는 무조건 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이 저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나의 삶을 구성하는 여러 측면을 무시하고, 일과 삶에서만 균형을 추구했던 것도 문제였어요. 우리는 살면서 삶의 다양한 면을 마주합니다. 쾌락과 고통, 안정과 성장, 긍정과 부정, 몸과 마음 중 어느 한쪽의 편만 들어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균형의 균열은 일과 삶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닙니다. 일상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어요.


‘워라밸’을 지키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지키기 어려워집니다.


‘Work and Life Balance’에 집중하는 대신, 전체적인 ‘Life Balance’에 대해 고민할 때, 더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나만의 ‘삶의 영역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세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심리치료사인 러스 해리스는 『인생에 거친 파도가 몰아칠 때』라는 책에서 삶의 영역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1. 일과 교육 : 모든 종류의 공부와 배움
2. 건강과 행복 :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행복을 위한 활동
3. 놀이와 여가 : 취미, 창의적 활동 등 쉼과 여유를 위한 활동
4. 가족과 친구 : 마음 깊이 아끼는 모든 사람과의 교류


삶의 불균형에 대해 고민하던 저는 네 영역을 기준으로 ‘삶의 영역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일하는 10년 동안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했어요.



1. 2012년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포트폴리오에 ‘일과 교육’, ‘가족과 친구’ 외 다른 영역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요.

신입 사원이니 일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지만, ‘조금 더 나의 행복과 휴식을 챙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2. 2016년

업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해입니다. 몇 달간 집에 잘 들어가지도 못하고 일했어요. '이러다 일만 하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삶의 다른 영역을 조금씩 탐구해 보기로 결심합니다.

뭘 해야 할지 정확히 몰랐지만, 쉼과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건 알았어요. 하지만 일이 많아 쉽지 않았죠.

만약 이때부터 나를 잘 돌보았다면, 번아웃으로 건강이 나빠지는 경험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 2020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조직문화와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탈진과 무기력을 느낀 시기였습니다.

퇴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건강과 행복’, ‘가족과 친구’ 영역과 관련한 활동을 더 늘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일은 제 삶의 70%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게 최선이냐'라고 나를 다그치는 대신, 정말 고생했다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네요.


4. 2023년

일상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주기적으로 점검하지 않으면, 분명 한쪽으로 치우친 선택으로 균형을 잃고 넘어졌을 거예요. 꾸준히 나의 일상을 돌아보고 삶의 네 가지 영역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삶의 영역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자신의 삶을 점검해 보세요.

불균형을 이루는 영역을 확인하고 채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균형 감각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도움이 될 만한 질문을 소개합니다. 답변하다 보면, 더욱 쉽게 나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어요.


1. 나는 해당 영역과 관련하여 어떤 활동을 했는가?
2. 누구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가?



매주 삶의 균형을 점검합니다


새로운 일주일을 맞이하기 전, 한 주 동안 집중할 삶의 영역을 결정합니다. 저는 주로 일요일 저녁에 작업하는데, 지난 한 주를 회고하고, 한 달 혹은 분기를 돌아보며 부족한 영역이 무엇인지 검토합니다.


집중하고 싶은 삶의 영역을 결정했다면, 관련된 활동을 계획하고 앞으로 일주일 동안 적극적으로 실천하시면 됩니다. 하루 중, 단 5분이라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긴급한 업무로 인해 ‘일과 교육’에 몇 주간 몰입해야 할 때도, 몸이 아파 ‘건강과 행복’ 영역에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거예요.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건, ‘계획을 무조건 지키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나를 관찰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점이에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일상 기록’이 부담스러운 일이 되지 않습니다.


삶의 균형 점검하기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일도,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일도 아니에요. 오직 나를 위한 활동입니다.

그러니 부담은 내려놓고, 나의 일상에 새롭게 뿌리내릴 '균형 있는 삶'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일상 기록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바뀔 수 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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