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마약, 도박만큼 위험한 ‘일 중독’
세상에는 시급히 치료받아야 할 ‘중독’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술, 마약, 섹스, 도박 등을 떠올릴 수 있죠. 이 외 또 다른 해로운 중독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일 중독’입니다.
일 중독이 다른 중독에 비해 더 위험한 이유는 일을 열심히, 그리고 많이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권장되기 때문이에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야근을 권하고 평가에 반영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런 압박 속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건 사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일 중독'은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일하는 사람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만약 내가 다음의 특징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에 중독되어 무기력과 탈진의 단계에 이르기 쉽다는 걸 꼭 기억하세요.
자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
주도적으로 몰입하여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
조직과 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오래 일하는 사람
혹시 일한다는 이유로 친구와 약속을 미루거나, 데이트를 취소해 본 적 없으신가요?
중요한 프로젝트를 끝낼 때까지 모든 약속을 미룬 경우는요?
친구나 가족이 내게 일만 한다고 불평하거나, 나를 위한 여가 시간을 언제 가져보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내가 일에 중독된 건 아닐까’라고 의심할 때입니다.
피곤해서 푹 자고 싶지만, 업무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이 늘어난다면 이미 중독 상태일지도 몰라요.
중독은 또 다른 중독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저는 달콤한 아이스 바닐라라테에 꽤 집착했어요. 당분의 힘으로 하루를 버텼죠. 담배나 술에 의존하는 사람처럼요.
무엇이 되었든, 중독은 본래의 나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합니다. 내 몸과 마음의 주인이 더 이상 내가 아닌 상태가 되는 거죠.
혹시 ‘남들도 다 이러고 사는데 뭐’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 자체가 스스로를 방치하는 증거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우리가 일에 중독되는 이유
어떤 중독이든 그 내면에는 불안과 공허,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대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부정적 감정을 차단하기 위해 중독에 빠지는 건 동일해요.
잘못된 방향이라는 걸 알면서도 두려움을 대면할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걸까요?
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스스로 정한 기준이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걸 선호하고 완벽주의 기질도 가지고 있죠. 인정받고 싶고,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속으로는 ‘그만하고 싶어’, ‘왜 내게만 일이 몰릴까?’, ‘더는 못 하겠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일 자체가 나의 가치가 되어 포기할 수 없었어요.
‘내가 하는 일이 곧 나’인 상태가 되면, 일하지 않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 시간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죠.
‘바쁘다, 바빠. 바빠서 못 살겠다’를 외치며 잠깐의 산책도, 잠깐의 쉼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비생산적인 일이라면, 그것이 성과나 돈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그저 시간 낭비가 되어버립니다.
오래 일하는 내가 만족스러운가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혹시 그런 불안감이 나를 더 일하도록 몰아붙이지는 않았나요?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불안과 공허, 두려움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투입한 ‘시간의 양’보다 ‘정서적인 질’이 더 중요하죠. 충만함, 활력 같은 정서적인 만족이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불안하다고 일로 도망치지 마세요. 무엇을 해야 행복하고 즐거운지, 무엇을 할 때 불편하고 무기력한지, 그 답은 일이 아닌 나의 일상에 있습니다.
당신의 일상을 기록해 보세요
중독은 진행성 질환입니다. 일 중독도 마찬가지예요. 제때 점검하지 않으면 내가 일에 중독되었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소진되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나의 일상을 관찰하고 내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어린 시절 방학 숙제로 만들던 생활 계획표처럼 나의 하루를 시간별로 기록하고 확인해 보는 거죠.
다만 ‘계획 세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나를 관찰하는 작업’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일에 중독되어 번아웃으로 이르는 길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저는 번아웃을 겪고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일상 기록’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고민만 해서는 답을 얻을 수 없었어요. 일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또다시 번아웃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고요.
그렇게 만든 ‘나를 위한 일상 기록지’는 크게 4가지 부분에서 현재의 나를 점검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첫째, 균형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둘째, 오늘 한 최고의 활동을 기록하고,
셋째, 오늘의 감정을 작성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나의 에너지 레벨을 0~100% 범위에서 평가해 봅니다.
일상을 기록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그동안 진짜 나를 마주할 용기를 내지 못해 ‘일’을 핑계 삼아 살아왔다는 것을요. 못난 나를 용서하고 안아주는 나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점차 일상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상 기록과 관련된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