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East coast road trip 한 번쯤은, 동부 해안 로드
최근 유튜브에 “미스터채의 인생학교” 채널을 만들고 내 컴퓨터의 ‘할미새사촌’에 쌓여 있었던 오래된 동영상들을 다시 꺼내어 주제에 맞게 편집을 해서 유튜브에 올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에서 영상을 자르고 붙이고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자막 넣고 음향 넣어서 최종의 영상을 만든다. 안 하던 일이라 모르면 유튜브 강의를 찾아보고 하나씩 배우면서 하는데 영상이 또 예술이다. PD나 영화감독이 뭐하는 사람인지 알 것 같다.
물론 기분 좋고 즐거울 때만 영상을 찍기는 했겠지만 여행이 항상 웃고 즐겁기만 했겠는가? 하지만 나의 의도에 따라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골라서 또 분위기에 맞게 음악까지 넣으니 나는 이미 그 영상을 찍었을 때의 기억이 가물한데 편집되어 나온 최종 영상이 여행의 전부이었는 듯 기억이 재구성이 된 것이다. 영상이 편집이 된 것뿐만 아니라 나의 기억 자체가 편집이 된 것이다.
나쁜 기억을 잊는 망각의 작용은 정신 건강에도 좋고 또 나를 지키기 위한 무의식적인 보호 본능이라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라면 현실의 100%를 보여줄 필요는 없는 것이고 즐거웠던 추억이 타임캡슐에 저장된다는 생각이 드니 영상 편집 작업이 재미가 있다. 기록은 기억보다 선명하다고 하진 않던가?
호주 동부 해안 일주는 쉽게 할 수 있는 여행이 아니라서, 나는 2017년 12월 시드니에서 출발하여서 캐언즈에서 2주를 보내고 다시 시드니로 돌아왔던 2달 정도의 여행을 기억하면서 글을 쓴다. 또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호주의 광활한 대륙을 달리시면서 바쁘게 살아온 청춘을 회상하며 이런저런 옛이야기도 하고 부부, 친구, 가족과 함께 호주 동부 3,000Km 로드 트립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출발하기 전에 친구의 정비소에 가서 장거리 여행을 할 거라고 타이어, 오일 등 차량 점검을 꼼꼼히 부탁하고 전기밥솥, 인덕션, 아이스박스, 냄비뿐만 아니라 각 김치, 마른반찬, 햇반, 쌀을 차에 꾹꾹 채워 넣었다.
처음은 언제나 그렇듯 아주 희망차고 의욕이 넘치며 세상이 너무 아름답다. 게다가 호주 시드니의 날씨는 너무 화창하다. 무리하지 말고 올라가는 길에 좋은 거 보고, 맛있는 거 먹으며, 천천히 올라가자고 생각을 하고 하루에 400Km 정도만 운전을 하기로 했다.
첫날은 시드니에서 출발하여 하버브릿지를 건너며 오페라 하우스와도 작별을 하고 본격적으로 Pacific highway를 타고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NSW주의 포트 맥콰리(Port Macquire)까지 5시간을 쉬며 놀며 올라왔다. 포트 맥콰리는 1818년에 NSW의 5번째 총독, 맥콰리 총독이 영국의 죄수들을 시드니에 데려와서 노역을 시키며 관리했는데 시드니에서 또 범죄를 저지르면 보내는 곳이 뉴캐슬이었고, 또 두 번째가 바로 포트 맥콰리이다.
죄수 중에서도 죄를 지은 사람이라, 불과 200년 전인데 무슨 죄를 지었길래 호주까지 오고 또 시드니에서 무슨 죄를 지었을까? 당시 영국 산업혁명 후 장발장처럼 생필품을 훔치고 7년형을 받아 호주로 오게 되었고 척박한 시드니에서도 다시 절도 등으로 뉴캐슬, 포트 맥콰리까지 오게 된 그들의 운명도 참 기이하다. 여하튼 200년 전의 그들의 고민보다는 당장 나는 오늘 밤 무엇을 먹을지, 어디서 자야 할지, 의식주 해결하기에도 바쁘다. 안전한 집을 떠나서 고생을 자처하면서도 여행을 하는 것은 순례자의 길처럼 자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고 관계가 깊어지고 성숙된다는 기쁨 때문일 것이다.
둘째 날은 큰 바나나가 있는 콕스 하버(Coffs harbor)를 지나 오늘 밤은 골드코스트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자기로 한다. NSW를 그냥 떠나기가 아쉬웠던지 공사구간이라 갑자기 속도가 80에서 60으로 줄었는데 장시간 운전에 피곤했는지 스피딩건을 가지고 있던 경찰의 단속에 결려 과태료 A$240(16만 원)과 벌점 2점을 NSW에 주고 흔적을 남긴 다음 QLD로 입성을 한다. 호주 과태료 정말 비싸다. 그 돈이면 좀 더 좋은 호텔, 좀 더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속상해하던 나를 아내가 위로한다. 또 한 번 관계가 깊어지는 경험을 한다. 골드코스트 가기 전에 배낭여행객들의 천국인 바이론 베이(Byron Bay)에 잠시 들려서 간단한 저녁을 먹고 해가 지기에 서둘러 서퍼스 파라다이스로 왔다.
골드코스트의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 에는 10년 만에 다시 왔다. 2008년 DFS Galleria 있을 때 시드니에 있다가 골드코스트로 와서 근무한 적 이 있다. 또 골드코스트는 2003년 호주 처음 와서 유학생활을 했기에 익숙한 곳이다. 거의 20년의 세월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던 동네 카페도 반갑고, 교회 청년부에서 함께 놀던 친구는 이제 사장님이 되어 있고, 일본 전골을 처음 만들어주던 일본인 친구도 옛 모습 그래도 살고 있어 잠시 옛날로 돌아가 보게 된다. 변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거 건물이었던 Q1(322m)을 중심으로 솟아 오른 고층건물들과 도심을 가로지르는 트램(Tram)이다.
골드코스트에서 며칠 동안 추억여행을 끝내고 브리즈번(Brisbane)에서도 하룻밤을 보내며 한국 식품점에서 밑반찬이 될만한 깻잎, 각 김치, 김을 더 구입을 했다. 이제 브리즈번 북쪽으로 올라가면 사탕수수밭만 계속 나오고 다음 맥도널드가 150km 앞에 있고 호주의 대자연만 펼쳐진다. 브리즈번이 한국식품을 구할 수 있는 북방한계선이다.
그래서 아침에 호텔에서 출발하기 전에 전기밥솥에 밥을 해서 다니기 시작했다. 1시간 북쪽 선샤인 코스트(Sunshine Coast) 위로는 신호등도 없고 교통량이 없어서 크루즈 컨트롤 시속 100Km을 맞춰놓고 핸들만 잡고 있어도 될 정도이다. 우린 브리즈번에서 500km 떨어진 글래드스톤 (Gladstone)까지 올라갔다. 글래드스톤은 QLD에서 석탄, 천연가스(LNG), 사탕수수 등을 수출하는 주요항이고 2,000km 동부 해안을 따라 형성이 되어 있는 해양자원의 보고인 대산호초(Great Barrier Reef)의 관문이다.
특히 글래드스톤에서 배로 30분이면 도착하는 헤론 섬(Heron Island)은 10월이면 새끼 거북이가 알을 깨고 나와서 바다를 찾아가는 귀엽고도 경이로운 장면을 볼 수도 있다. 이 거북이들이 30년간 태평양을 마음컷 누비며 성장을 해서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자신의 고향인 이곳 헤론 섬으로 다시 온다고 하니 수구초심이라고 할까? 사람의 눈으로 본다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맘 거북이에게는 본능이겠지만 참으로 생명이 신비롭다. 파라마타의 민물장어도 10년이 지나면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고 울산 태화강의 숭어도 돌아가고 나도 언젠가는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제부터 바다 색깔이 다르다. 산호와 조개가 화이트비치를 이루며 에메랄드빛이 펼쳐지니 확실히 본다이, 서퍼스랑은 다르고 바람도 훈풍이다. 지도에서도 시드니의 남극의 차가운 타즈만(Tasman)해, 이쪽은 적도에서 내려오는 따뜻한 코랄(Coral)해이다. 스쿠버 다이빙하기 좋은 에일리 비치 (Airlie Beach)까지 올라왔는데, 동남아시아의 리조트 분위기가 난다. 12월이니 한창 뜨거울 때이고 30도 이상의 온도로 땅이 타들어가는 것 같고 사탕수수밭이 계속 나온다.
달은 계속 차고 있으며, 망고의 고장 보웬(Bowen)에서 역시 크고 단 망고를 먹으며 타운즈빌까지 올라간다. 타운즈빌(Townsville)은 산과 바다가 있고 QLD에서는 브리즈번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또 울산처럼 공업도시답게 노동자들이 많고, 해군기지가 있어 젊은 남자들이 많고 활력이 있다. 호주의 풍부한 광물 중에서도 야연, 니켈은 타운즈빌이 고향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제 타운즈빌에서 400 Km만 더 가면 캐언즈이다.
드디어 캐언즈(Cairns) 도착이다. QLD 캐언즈는 연중 고온 다습하고 대산호초(Great Barrier Reef)를 중심으로 스쿠버다이빙, 쿠린다 열대우림 체험, 스카이다이빙등 액티비티 할 것이 많은 관광도시이다. 캐언즈에는 본다이처럼 수영을 할 수 있는 비치가 없어서 도심에 인공 라군을 만들어 밤에는 버스킹을 하는 배낭 여행자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수영을 하며 더위를 식히기 좋기도 하다.
특히나 포트 더글라스(Port Douglas) 가는 해안도로가 에메랄드 바다를 바로 옆에서 보면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너무 좋았고, 사탕수수밭 한가운데 있는 맥주 양조장에서 pale ale 맥주 한잔하면, 이 맛에 집 떠나서 고생을 하면서도 여행을 하구나 싶다.
케언즈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의 불꽃을 보고 다시 시드니로 내려갈 즈음이 되니 살은 빠지고 얼굴은 새까매지고 여기저기 벌레에 물려있고 도시가 그리워진다. 한창 1월은 호주에서도 가장 긴 휴가기간이다. 우리는 미리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내려가면서 점심을 먹고 나면 어디서 잘지 결정을 해서 숙소를 예약하다 보니 좋은 숙소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첫날은 600Km를 내려와서 에일리 비치 (Airlie Beach)까지 왔다. 아침에 Whitesunday행 배를 타고 whiteheaven beach를 가기 위해서이다. 화이트헤븐 비치는 호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비치에 손꼽히고, 정말 하얀 모래사장과 바다 빛이라 집접 보기 전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섬이다. 사진이나 글로 표현하기에도 한계가 있어서 가본 사람들만 느끼는 동질감 같은 것을 가질 수 있다.
휘트선데이에서 스노클링(Snokeling)을 하고 신나게 놀다가 맥케이(Mackay)까지 내려왔다. 이제 한 달을 놀고 시드니로 돌아갈 생각 하니 더 많이 내려가게 된다. 오늘도 700Km를 운전해서 번다버그 (Bundarburg)까지 와서 번다버그의 유명한 진저비어(Ginger beer)를 마시며 끝도 없는 대륙에 감탄을 했다. 진저비어는 생강으로 만든 맥주인데, 이게 생강인지 맥주인지 여하튼 알콜이 없으니 술에 취하지도 않는다. 오는 길에 town seventeen seventy 가 있는데 캡틴 쿡 선장이 QLD에서는 가장 먼저 1770년에 정박한 곳인 마을이다. 그리고 누사 비치 (Noosa)와 모리셋 (Morrisett)의 캥거루들을 보고 시드니로 돌아왔다.
정말 시드니에서 캐언즈까지 왕복으로 거의 6,000Km를 운전을 하며 한 나라이지만 정말 다양한 모습을 가진 엄청나게 큰 대륙 호주를 보게 되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시드니에서 차로 운전해서 갈 수 있는 북방한계선은 브리즈번으로 정하였다. 브리즈번은 시드니에서 1,000Km이다.
NSW, QLD의 여러 도시 들을 다니면서 수영할 수 있는 비치가 다양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 레스토랑 많고, 일자리 많고, 또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시드니가 최고라고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의 시드니 사랑은 더욱 커졌다.
집이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지 모른다. 집 떠나 고생을 해야 엄마 밥의 소중함을 느끼듯이 말이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면 사진과 많은 추억이 쌓이고, 여행의 기술도 늘고, 고행이기는 하지만 좀 더 성숙하고 이해력이 넓어진 사람이 된 느낌이다.
여행을 통해서 어른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