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Melbourne 커피 마시러, 멜버른 로드 트립
캐언즈를 다녀와서 당분간 장시간 운전을 하는 로드트립을 안 하려고 했었는데, 모기들에게 물린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다시 힘든 고생길을 찾아 나선다. 시드니에서 멜버른(Melbourne)까지야 편도 1,000km 밖에 되지 않으니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호기를 부리기까지 한다. 이미 마음은 멜버른에 와있었으며 에어비앤비(Air BnB)를 예약하고 차를 점검하고 떠날 채비를 다 하였다. 날씨도 캐언즈 다녀온 지 2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니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 날씨여서 이런 날씨에 여행을 안 가는 게 바보라고 비웃는 듯 완벽하다.
멜버른은 1850년대경에 금광이 발견이 되어 이른바 골드러시(Gold Rush) 유럽에서 이민자들이 모여들었고 사람이 모이니 은행, 도로 등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19세기 후반에는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도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지금도 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에 잘 꼽히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호주 안에서 작은 유럽이라고 불리는 멜버른은 아무래도 유럽의 이민자들이 골드러시에 정착하였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초토화된 유럽에서 건너온 특히 그리스, 이탈리아 이민자들 덕분에 더 유럽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이가 있고, 비도 자주 오는 편이라 정원의 주답게 공원이 많다. 그리고 남극에 가까운 바다에서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과, 와인 등 좋은 음식을 재료가 풍부하다. 그래서 호텔, 음식, 레스토랑의 수준이 높고 특히나 호주에서도 멜버른의 커피를 최고로 친다. 그래서 아내가 멜버른을 가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또 멜버른은 멜버른 경의 스토리가 있다. 1837년 부끄러움이 많은 18살의 소녀가 영국의 여왕이 되었다. 그 당시 40살이나 더 많았던 국무총리가 바로 멜버른(Melbourne) 경이였는데 아버지처럼 친구처럼 항상 그녀 곁을 지켰다. 결국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전 세계의 삼분의 일이 영국 땅이었을 만큼 전성기를 만들며 영국 황금기를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이 있다. 나이를 초월해서 우정과 신뢰를 쌓았던 두 사람의 스토리를 안다면 당연히 빅토리아주의 주도는 멜버른이 될 수밖에 없다. 자 이제 출발이다.
내려갈 때는 시드니에서 에덴(Eden)을 거쳐 1,100Km가 되는 A1 해안도로를 따라서 멜버른으로 갔고, 돌아올 때는 호주의 수도 캔버라(canberra)를 거쳐서 1,000Km가 되는 내륙으로 돌아왔다. 3시간쯤 내려오면 저비스베이(Jervis Bay)의 히암스(Hyams Beach)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화이트 한 비치로 이름이 올라있고 석양이 질 때면 야생 캥거루가 나와서 사람과 캥거루가 빨간 석양에 물이 들기도 한다.
특히나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운전을 하면 컴퓨터를 켜면 바탕화면으로 나오는 윈도 화면처럼 파아란 하늘 밑에서 소들이 나무 밑에서 쉬거나 한가롭게 풀을 먹고 있는 언덕이 있다. 눈이 시원해지고 시야가 넓어진다. 굳이 고개를 올리지 않아도 하늘이 보이며 맘속의 고민과 긴장이 풀린다. 첫날은 NSW의 가장 남쪽 끝 마을인 에덴(Eden)에서 싱싱한 생 굴에 뉴질랜드산 오이스터 베이(Oyster Bay) 쇼비뇽 블랑크(Sauvignon Blanc)를 마시며 안전하게 500Km를 내려온 것을 기념하였다.
모든 게 처음이었다. 아내와 함께 에덴이라는 마을에 온 것도 그리고 이름이 잊히지 않는 Cann River, 아침에 에덴에서 출발해서 100Km 산길을 가는 동안 주유소가 없어서 빨간 경고등을 켠 채로 한참을 달렸던 아찔했던 순간도, 멜버른의 바닷가 앞의 세이트 킬다(Saint Kilda)도, 밤마실을 나온 야생의 리틀 펭귄도 처음이었다. 세인트 킬다의 에어비앤비에서 3일을 머물면서 아침에 일어나 트램을 타고 멜버른 시내로 가서 좋은 카페를 찾는다.
아 역시 멜버른의 커피이다. 시드니에서 좋은 스페셜리티(Speciality) 커피 많지만, 역시 멜버른이 한 수 위인 것 같다. 일단 핸드드립(Hnad Drip)을 제법 많이 사람들도 찾고, 싱글 오리진이 기본적으로 두세 개가 준비가 되어있다. 우린 튜크 커피 로스터(Dukes Coffee Roasters)에서 콜롬비아 게이샤를 마셨는데 바리스타랑 원두의 캐릭터에 대해서 얘기를 하며 커피 좋아하는 동지를 만나니 익숙한 사람처럼 금방 친해진다. 어찌 보면 정말 한 번 보고 평생 만날 수 없는 낯선 사람과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고 작은 친절을 베푸는 것이 여행의 재미이기도 하다.
시드니로 돌아가는 길에는 호주의 수도 캔버라(Canberra)에 들린다. 캔버라(Canberra)는 원주민의 언어로 사람이 만나는 곳인데, 부유했던 멜버른과 역사가 시작된 시드니가 서로 치열하게 수도 경쟁을 해서 두 지역이 잘 만날 수 있는 인공도시를 만들었다. 미국의 건축가 그리핀(Griffin) 부부가 설계하여 1913년부터 건설한 계획도시인데 그라핀 호수를 중심으로 국회의사당, 대사관, 국립미술관, 국립대학이 있다.
입법기구인 국회의사당(Paliment House)은 하원(Represetative of House, 150명)은 녹색으로 상원(Senate, 76명)은 붉은색으로 구분하며 다수당의 리더가 국무총리(Prime Minister)가 된다. 영연방 국가로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지명한 총독(Governor General)이 상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서명해서 확정시키는 국가의 원수인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rchy)이다.
국회의사당의 루프탑으로 올라오면 전쟁기념관이 바로 남쪽에 보이는데 항상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들을 생각하며 정치를 제대로 하라는 뜻인 것 같다. 전쟁기념관에서는 빨간 양귀비 꽃으로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군인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고 있다. 또 캔버라의 호주 국립대학(Australia National University)은 호주에서 랭킹 1위인 대학이고, 그림을 좋아한다면 호주 국립미술관(National Museum of Australia)도 갈만하다.
동부를 돌고 멜버른까지 다녀왔으니 이제 차로 시드니에서 하는 로드트립은 다한 것 같다. 물론 멜버른에서 서쪽으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 (Great Ocean Road)을 통해 애들레이드(Adlade) 바로사 밸리(Barrosa Valley) 도 있고 멜버른에서 차를 배에 싣고 태즈메이니아(Tasmania)를 일주할 수도 있다. 호주의 노부부는 캐러번을 끌고 다니면서 남쪽 애들레이드에서 북쪽 다윈을 횡단하며 호주의 아웃백을 달리며 사막에 누워 별을 보며 자연과 하나가 되기도 한다.
나도 언젠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도로인 호주 한 바퀴 14,500Km를 달릴 수 있을까? 하루에 500km만 달리기만 해도 29일이 셈이 나오는 거리이고 여기선 은퇴하고 일 년을 계획하고 여행한다고 한다. 로드트립하면 항상 아내와 단둘이 몇 시간을 차에서 대자연의 품 안에서 대화를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그래서 신혼 때나 해야지 삶의 풍파를 같이 껶은 후 맘에 쌓인 일이 많아지면 중간중간 여행을 끝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는 선배 부부의 조언이 이해할 쯤이 이 되어간다.
또 언제 캐언즈와 멜버른의 기억이 흐릿해지면 짐을 싸서 로드트립을 떠날 수도 있겠지만 기록은 기억보다 선명하다. 영상을 남겨놓고 유튜브에 많이 올려놓아 자주 보기 때문에 당분간 로드트립을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로드트립은 내 인생의 세명의 여자, 어머니, 아내, 내비게이션의 말을 잘 듣고 다녀야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러나 또 신이 나에게 망각이라는 선물을 주신다면 또 집을 떠나 낯선 문밖으로 용기 있게 발을 내디딜 것이다. 아직도 처음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 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