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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가장 쉬운 일

 하루의 일과를 끝낸 숲속 동물들이 한데 모여 대화를 시작했다. 먼저 양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기린아, 낮에 정말 고마웠어. 네 덕분에 풀을 배불리 먹었어.”

 양은 낮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오랜 가뭄으로 풀을 찾지 못했던 양에게 기린이 높은 곳의 나뭇잎을 따 주었던 거였다.

 “역시, 기린은 키 만큼이나 마음씨도 착한 것 같아.”

 동물들은 기린을 이구동성으로 칭찬했다. 머쓱해진 기린은 씩 웃음 지었다. 기린은 동물들의 칭찬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부끄러웠는지 기린은 에둘러 하마를 칭찬했다.

 “얘들아, 나보다는 하마가 더 대단해.”

 기린의 얘기에 동물들이 하마를 쳐다보았다. 하마는 갑작스러운 호출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기린이 말했다.

 “지난번 일 기억나지? 숲에 불이 났을 때 말이야. 하마가 온몸에 물을 적시고 위험에 처했던 몽구스 가족을 구한 적이 있잖아? 하마처럼 용감한 친구는 없을 거야.”

 기린의 설명에 동물들은 곧장 하마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하마도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저렇게 덩치는 크지만 위급할 땐 정말 날쌔다니까.”

 하마는 동물들의 뜻하지 않은 칭찬에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때마침 하마는 동물들 틈에서 치타를 발견했다. 며칠 전 일이 생각난 하마는 치타를 칭찬했다.

 “내가 한 일은 치타에 비하면 보잘 것도 없는걸…….”

 하마의 얘기에 동물들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치타는 동물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너희들 며칠 전 일 생각 안 나? 새끼 사슴이 독초 열매를 먹고 죽을 고비를 맞이했던 것 말이야. 누군가가 해독 열매를 따오지 않았다면 새끼 사슴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거야. 사슴아, 그때 일을 말해줄 수 있어? 누가 너에게 해독 열매를 갖다 주었지?”

 하마가 근처에 있던 새끼 사슴의 아빠에게 물었다. 그 사슴이 말했다.

 “누구긴? 소리 없는 영웅! 바로 치타였지! 내 다리로도 온종일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초원 계곡에 그렇게 빨리 갔다 올지 몰랐거든. 정말이지 치타는 대단했어! 치타는 우리 가족의 평생 은인이야!"     


 동물들은 서로를 칭찬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그때 작은 체구의 다람쥐 한 마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너희들 정말로 재주가 많구나!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이 호두 좀 까줄 수 있어? 내가 이빨을 다쳐서 말이야. 너희들이라면 쉽게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동물들은 호두를 바라보았다. 동물들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잠시 뒤 기린이 말했다.

 “어쩌지? 나는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은 잘 딸 수 있지만 그런 것은 해본 적이 없는데…….”

 하마도 말했다.

 “물속에 오래 있는 거라면 자신 있지만, 그런 일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치타도 소곤거리듯 말했다.

 “글쎄, 해본 적이 없어서. 빨리 달리는 것은 자신 있지만…….” 

 동물들이 호두 앞에서 난감해하는 사이 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거북이는 머리를 쭉 내밀더니 호두를 툭! 툭! 때렸다.

 쩍!

 너무나 손쉽게 호두가 반으로 갈라졌다. 그 광경을 본 동물들은 일제히 거북이를 칭찬했다.

 “오! 대단하다! 거북아, 너는 이걸 제일 잘하는구나!”

 “거북이에게 놀라운 재주가 숨겨져 있었네.”

 동물들의 칭찬에 머쓱해진 거북이가 말했다.

 “아니야, 나도 지금 처음 해봤는걸.”

 깜짝 놀란 동물들이 물었다.

 “뭐라고? 처음이라고? 어떻게 한 거야? 힘들지 않았어?”

 그러자 거북이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냥 했어. 아주 쉬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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