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터진 물건 41
너무 게으르고 건방진 청개구리가 있었어.
편안하게 우렁이 등에 앉아 착한 우렁이에게 이래라저래라 시키면서 세상구경이나 하며 지냈어.
"진짜 여기는 너무 아름다워서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야.
야, 우렁이야 좀 빨리 가주면 안 되니? 왜 이렇게 천천히 가는 거야?"
그때 갑자기 흔들하는 거야.
"우악 뭐야? 너 내가 빨리가라고 한다고 일부러 그런 거지."
"아니야, 빨리 가려다 돌멩이에서 미끄러져 진거야. 이제 힘도 없어."
한 때는 우렁각시로 꽤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늙어서 현직에서는 은퇴하고
우렁된장 쌈밥 집으로 가지 않은걸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조용히 지내고 있는데
어느 날 게으름뱅이 청개구리가 와서 등에 앉더니 안 가는 거야.
조그만게 어른을 지 맘대로 부리는데 못이기는 척 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은퇴를 했어도 요런 건방진 놈을 그냥 두고 볼 우렁이는 아니었지.
"야야, 우렁야. 어쨌든 됐고, 어서 돌섬으로 가자.
오늘은 내가 꼭 그 섬에 가서 신령인지 뭔지를 만나서
요런 조그만 청개구리가 아닌 커다란 두꺼비로 만들어 달라고 할 거야."
우렁이는 열심히 기어가서 돌섬이 보이는 강가까지 왔지.
"그런데 어떻게 저 강을 건너가지? 물살이 세서 우리는 휩쓸려 가고 말 거야."
" 저기, 저기 저거. 저 나무 타고 가면 되겠다."
눈 밝은 청개구리가 떠 내려오는 나무를 발견했어.
나무에는 작은 벌레들이 정정정정정 정 기어 다니고 있었어.
"우리를 저 섬으로 데려다줄 수 있나요?"
"저런 벌레들에게 뭘 물어보고 난리야. 그냥 가면 되는 거지."
우렁이는 벌레를 밟지 않게 조심조심 나무 가지 위로 올라갔지.
벌레들은 정정정 정정 소리를 내며 계속 다니는 게 꼭 노를 젓는 것 같았어.
물살을 가르고 서서히 섬에 도착했어.
"그런데 여기는 너무 높고 가팔라서 내가 기어 올라가다가는 떨어져 버릴 거야."
우렁이의 걱정스러운 말이 끝나자 말자
나위에 있던 벌레들이 갑자기 마구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
나무를 섬 위로 올려 다리를 만들어 주는 거야.
"오호 - 이런 횡재가 있나. 그럼 그렇지. 하늘은 나를 돕는다고."
"고마워요- " 우렁이는 인사를 했지.
돌섬 꼭대기에는 두 팔을 무릎에 얹고 앉아 있는 몇 달은 굶었는 듯 빼짝 마른 남자가 있었어.
'저 영감탱이가 신령이야? 혹시 원조 쫄라맨? ㅋ 아 웃으면 안 돼. 푸웁.'
" 저 -안녕하세요? 저는 청개구리 에요. 혹시 당신이 신령인가요?"
"뭐야 왜 대답을 안 하지?"
"여보세요- 저 엄청 고생해서 왔단 말이에요. 소원 들어준다면서요-."
아무리 말을 해도 그저 앉아 있기만 하는 거야.
" 이 씨 뭐야 말도 못 하잖아. 우렁이야 가자. 괜히 힘들게 왔잖아."
"이게 무슨 신령님이야. 쫄령이다 쫄령ㅋ 쫄령 니이이이임!!"
"그렇게 놀리면 안 돼." 우렁이가 말렸지만
청개구리는 쫄령이라고 놀리며 돌아가자고 했지.
"후회 안 할 거지? 돌아 갈 땐 내리막이라 떨어질 수도 있어. 혹시 내가 떨어지면
넌 헤엄쳐서 집으로 가- 나는 아마 강물에 휩쓸려 굴러 떠내려 갈 거야."
"무슨 소리야, 난 니 등에서 안 떨어질 거야. 왜 그런 소리를 해. "
"그리고 난 수영해 본 적이 없잖아. 수영도 할 줄 모른다고!!"
" 넌 개구리야, 수영을 잘해. 귀찮아서 수영을 안하는거잖아.
진짜 수영을 잘 못하는건 나야."
그 때 갑자기 나무다리가 흔들리기 시작했어.
"아아악 안돼. 우렁아 조심해.
아 신령님 우렁이가 떨어지면 안돼요. 저는 우렁이 없이 못 살아요.
제발 우렁이에게 딱 붙어 있게 해 주세요!!"
좀 불안했지만 흔들 거리는 다리를 우렁이는 꼭 붙어서 무사히 내려왔어.
"휴-- 있는 근육을 다 끌어다 붙인다고 용을 썼더니 너무 힘들다."
"그봐. 넌 딱 붙어서 잘 기어간다니까."
집으로 돌아온 뒤 우렁이는 청개구리에게 수영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지.
"자 뛰어내려 보는 거야. 개구리가 수영을 못하면 어떡해. 친구들에게 놀림 당하고 싶니."
"알았어. 한다니까 한다고!!."
"뒷다리에 반동 주고, 하나 둘 셋 - 뛰어! "
읏챠!!
엥???? 뭐야?
다리가 펴지면서 몸이 앞으로 쭉 뻗는 듯 하더니 스프링처럼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어.
"발이 붙어 버렸어!! " 놀란 청개구리가 외쳤어.
"니 등에 딱 붙어 너랑 한 몸 같아. 아무리 떼려 해도 안 떨어져."
막상 발이 안 떨어지니까 청개구리는 겁이 덜컥 났어.
"아 알겠다. -그 바보 같은 쫄령. 어쩐지 이상했어.
돌섬에서 나올 때 네가 떨어지지 말라고 딱 붙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말 귀가 어두워서 잘 못 알아듣고
나를 너에게 붙여 버린 거야."
"니가 말을 잘 못 한건 아니고?"
"움직이기 싫어서 내 등에서 꼼짝도 않고 있고 싶어 했는데 잘됐네-이제 내가 죽어서 빈껍질이 되어도 넌 내 등에 붙어서 물에 둥둥 떠다니면 되겠다." 우렁이가 웬 일로 청개구리를 놀렸어.
청개구리는 피곤하다는데도 우렁이를 재촉해서 다시 돌섬으로 갔지.
마침 신령님이 마중 나오듯 나와 있었어.
"신령님 저 발이 붙어버렸어요. 떼 주세요-" 잉잉 울면서 부탁했지.
"열심히 살면서 착한 일을 하면 발이 조금씩 떨어질 거야."
"진짜요? "
" 저 발만 떨어지게 해 주시면 혼자서 헤엄쳐서 외로운 쫄령님께 놀러 올게요."
"아니, 먼저 착한 일을 해야 한다니까. 그리고 나 안 외로워."
"네!! 착한 일을 하겠습니다. 쫄령 아니 신령님!!"
겁먹은 청개구리. 아이쿠 쫄보가 되었네. ㅋ
흠 후훗 몰래 웃으며 신령님과 우렁이가 눈짓을 주고받았어.
청개구리가 걱정이 되었던 우렁이가 나무의 정령과 신령님께 부탁을 해서 꾸민 일이었대.
자 그럼 이제 우리는
청개구리가 어떤 착한 일을 해서 우렁이 등에 붙은 발을 떼는지 기대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