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아리 1
꼬꼬꼬 꼭고고
여보, 아리 못 봤어요? 도대체 또 어디로 간 건지?
'아리야 지금 밤이야, 제발 자야지. '
'곧 비가 올 텐데 가긴 어딜 가- '
'밥 먹고 가 - 뛰지 말고 걸어가야지.'
'그쪽 아니고 이쪽 이라니까.'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요?
청개구리도 저런 청개구리가 없네요.
에고--- 매번 타이르지만 그때뿐입니다.
엄청 빠른 데다 얼마나 설쳐대고 돌아다니길 좋아하는지,
엄마 아빠는 아리를 찾는데 하루를 보내는 게 일이 되었지요.
"쯧쯧 세상에 둘도 없는 아기인데 저런 말썽쟁이일 줄 누가 알았겠어."
"매일 애 하고 숨바꼭질이야- 그렇다고 묶어놓을 수도 없고- 참 기가 막히네 -"
아리는 그냥 세상이 너무 궁금했을 뿐이에요.
오늘은 엄마 아빠가 자기 보고 맨날 청개구리라고 하는데 도대체 청개구리는 뭘까?
청개구리에 마음이 딱 꽂혔죠.
마침 지나가는 오리에게 물었더니
"너 같은 애를 청개구리라고 하는 거야.
쪼그만게 버르장머리 없이 존댓말도 안 쓰고 쯧쯧 걱정이다. 저기 연못에 가면 울고 있을 거야."
아하 그렇단 말이지. 알았어.
그런데 연못은 또 뭐지?
다음날 엄마 아빠가 아리를 유치원으로 데려가고 있었지요.
아리야 니가 앞에 서서 가.
우리가 뒤에서 지켜보면서 가면 어딜 못 가겠죠.
아리한테서 눈을 떼면 안 돼요!
도대체 누굴 닮은 걸까요?
난 절대 어릴 때 저렇게 맘대로 돌아다니지는 않았어.
무슨, 본인을 잘 살펴봐요. 애가 왜 저 모양인지?
허 참, 당신이 교육을 잘못해서 그렇게 된 거야.
맨날 오냐오냐 다 해주니까 애가 저 모양이지-
뭐라고요 꼭!-
엄마 닭이 날개털과 꽁지 깃을 확 세웠어요.
아니 그럼 날 닮았단 거야? 아빠의 붉은 벼슬이 더 새빨갛게 출렁였어요.
아빠는 꼬꼬코오옥 코꼭! 고함치며 푸다닭 엄마 앞으로 나갑니다.
아리는 조금씩 느릿느릿 걷습니다.
지난번에 도 선생님께 연락이 왔잖아요. 꼬고고고오 옷! 소리가 높아집니다.
그게 왜 내 탓이라도 되는 듯 그래요?
나는 절대, 절대 닮지 않았어요.
아이구 뭐 그럼 날 닮았단 말이에요!!
'엄마 아니면 아빠겠죠.'
때는 지금이야,
아리는 호다다닭 냅다 달렸어요.
야호!! 청개구리 찾아올게요!!
한참 싸우다 정신 들어 보니 어?
여보 아리 아리-- 우리 아리가 안 보여요.
아까 분명 우리 앞에서 가고 있었는데-
또 놓쳤어요!! 아, 정말 어떡해요.
빨리 찾으러 가야지요 뛰어욧!
어디로 뛰어란 말이에요?
그냥 일단 뛰어가욧! 달려!!
저기, 헥헥 오리 님!! -
우리 아리 못 봤나요? 아이고 숨차.
"또 없어졌어요? 어제 청개구리가 어디 있는지 물어서 연못이라고 했어요."
컴컴해지고 있어요. 비도 올 것 같고 연못은 위험한데 -
어떡해! 빨리 연못으로 가봅시다. 달려욧!
도망쳐 나온 아리는 신났어요.
세상은 왜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있을까?
길가에 줄지어 가는 개미를 삐약삐약 따라가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죠.
연못을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
작은 꽃에게 물었어요.
촉촉한 땅을 따라서 가면 있을걸? 빨간 꽃잎이 방긋 웃으며 말했어요.
아하, 촉촉한 땅이라? 그런데 그게 뭐지?
일단 그냥 가는 거지 뭐.
헥 헥 꼬꼬꼬오오.
혹시 우리 아리 못 봤나요?
노랑 병아리 못 보셨나요?
"아, 방금 왔다 갔는데- 연못을 찾아간다고 해서 촉촉한 땅을 따라가라고 했어요. “
감사해요 꽃님.
“ 빨리 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예요.”
뛰어욧!!
조그만 게 왜 이렇게 빨라.
젖은 땅을 따라 어서 뛰어요.
뛰고 있다고요, 당신 눈에는 내가 서있는 것 같아요? 정말 자꾸 긁을 거에욧!
아니, 여보 잠깐, 아리는 분명 마른땅으로 갔을 거예요. 뭐든 반대로 하잖아요!!
그런가? 그럼 마른 흙을 따라
뛰어욧!
어? 여우님?
촉촉한 땅을 따라왔는데 왜 연못이 없지? 삐약
"뭔 청개구리 같은 소리야? 여기는 물이 없는 곳이야 모래뿐이야."
청개구리를 아세요?
그런 건 모르겠고 여긴 물 따윈 없어.
청? 뭐? 그건 저기 가면 제정신이 아닌 고양이 한 마리 있을 거야 거기 가서 물어보렴.
후아 후아, 여우님
우리 아리 못 보셨나요?
"노랑 꼬마? 뭔가 찾는다고 삐약거리는걸 귀찮아서 고양이한테 물어보라고 했어요."
그봐- 이렇다니까. 반대로 왔을 줄 알았어. 휴우-- 다행이야.
"방금 갔어요."
감사해요 여우님. 빨리가욧!- 다 잡았어요!! 뛰어욧!
안돼!!!
뭐가 안된다고 난리야.
고양이, 고양이라고 했잖아요. 우리 아리를 잡아먹을지도 몰라 요오우----
엄마는 말을 하다 스르르 기절해 버렸어.
여보!! 정신 차려- 일어나라꼬꼬꼬 , 당신이 이러면 어떡해!!
아빠는 엄마 주변을 뱅뱅 돌면서 흔들고 꼭꼭 물고 일어나라고 외쳤어.
조금 지나자 엄마가 눈을 떴어.
살아난 걸 보고 너무 기쁜 나머지 이번엔 아빠 닭이 콰닭! 쓰러졌어.
아이고 여보 일어나요!! 꼬꼬댁 꼬꼬꼬고고
빨리 아기를 구하러 가야 해요. 엄마닭이 울며 불며 아빠를 흔들었어.
아리가 고양이에게 갔다고 하잖아요!!
꼭꼬고때 액!!!! 꼬꼬꼬 때애에에--- 액!!
엄마가 있는 힘을 다해 목이 터져라 비명 같은 울음을 지르자
깜짝 놀라 아빠가 벌떡 일어났어.
아, 여보 정신이 없지만 어서 달려요.!
아, 고양이님? 저는 아기병아리예요. 삐약!
청개구리가 있는 연못은 어디로 가야----- 근데--
하얗고 동그란 거 그거 - -- 으음 그거 --- 나도 한 번만 ----
아리는 처음 보는 실뭉치에 눈을 뗄 수가 없었어.
"귀찮게 하지 말고 저쪽 도서관에 가봐, 난 몰라.
어이쿠. 너 때문에 떨어뜨릴 뻔했네 - 저리 가!"
고양이는 실꾸리를 놓칠까 봐 아리는 쳐다보지도 않았어.
여기, 여기 스토오 옵 !!
꼬끼이이익!!
헥 헥, 고양이님 우리 아기 못 봤나요?
'어디 털이 있는지 잘 봐. 이미 잡혀 먹혔는지 몰라.'
고양이님 털뭉치만 보지 말고 대답 좀 해봐요.
"아 시끄러 -ㅡ오늘따라 왜 이렇게 꼭꼭꼬 삐약 거리는 소리가 많아?
도서관에 가라니까, 거긴 세상 모든 것이 다 있는 책이 있다고.
자꾸 말 시키지 말라고 가라고 제발!! "
고양이는 여전히 실뭉치에 정신이 팔려 엄마 아빠 닭은 쳐도 보지도 않았어.
여보 도서관- 도서관이래.
달려 욧!
삐약 삐약 삐약 -
책 님, 청개구리는 어디쯤 있나요?
응? 말을 할 줄 모르나 봐. 대답을 안 해.
그럼 내가 찾아봐야지.
우와 재미있다. 완전 놀이터잖아.
책갈피 사이로 다니던 아리는 갑자기
아하 - 여기에 답이 있었네 - 하더니 얼른 도서관을 떠났어.
여보, 헥 헥 헥 아이고 힘들어-
책이네요 - 어디에 아리가 있을까요?
당신은 저쪽부터 나는 이쪽부터 찾아봅시다.
사이사이 다 찾아봐도 없네요. 어쩌죠?
혹시 영영 아리를 못 찾는 건 아니겠죠?
아이고 아리야 -- 어디로 갔니? 흑흑 꼬흑흑!
여보 잠깐, 여기 그림을 봐요. 바위- 연못!
뛰어욧! 연못의 바위로!
아니, 날아요!! 힘껏 날아요!! 푸다다다 푸다앍!!
"넌 누구니. 개굴." 난 아기 병아리. 아리 삐약.
넌 누구니? 삐약. "난 청개구리. 개굴."
뭐? 청 . 개 .구 . 리 ???
우와! 니가 청개구리? 드디어 만났다!! 삐약삐약, 삐삐삐삐약!!
젖은 날개를 탈탈 털며 목청껏 소리 질렀어.
내가 너 찾는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냐
연못가에서 발이 미끄러져 물에 빠지고 말았어.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울면서 죽을힘을 다해 날개를 파닭거렸는데
딱 죽기 직전에 여기 도착한 거야. 휴---
근데, 잠깐만---넌 - 나랑 하나도 안 닮았잖아.
뭐야, 이씨, 엄마 아빠가 거짓말한 거네. 완전 속았잖아.
나보고 맨날 청개구리라고 ??? 흐아, 큰일 났다!!
엄마 아빠가 나 엄청 찾고 있을 텐데 -빨리 가야 해.
또 혼나겠다. 아, 난 망했어.
"에휴 -- 넌 나랑 닮은 게 맞네. "
뭐야? 어디가 닮았어. 땡글땡글 튀어나온 눈으로 뭘 보는거야?
"그래그래, 하나도 안 닮았어. 울지 마 뚝. 내가 물을 건너 줄게."
나보다 더 작은 니가 어떻게?
" 걱정 마. 좀 느리긴 해도 뭐든 척척 해내는 우렁이 친구가 있거든 -
자, 얼른 타-"
진짜? 고마워 청개구리야. 넌 정말 착하구나. 고맙습니다. 우렁이씨? 우렁이님?
"조심해서 내려와."
근데 넌 왜 꼼짝도 안해?
"응 으응 그게 -- 니가 등에 타면 미끄러지지 않게 잡아 주려고 발을 딱 붙이고 있는 거야."
그래? 너 좀 멋있다-야.
여보, 멈춰요! 저기, 저게 뭐예요?
우렁이 같은데?
아니, 아니 그 위에 노랑 점. 혹시 우리 아리 아닌가요?
우렁이 똥 인가?
아니 눈 똑바로 뜨고 좀 잘 보라고 욧, 지금 농담할 때에요?
아리가 왜 우렁이 위에 있어? 그게 더 말이 안 되지.
그런가?
점점 가까이 우리 쪽으로 와요.
어어 어 아리, 우리 아리가 맞아요!! 아리가 살아있어요!! 꼬끼오 오오오 옷!!
아리야--- 내 새끼 아리가 살아 ------깨꾸닭!!!
너무 기뻐서 엄마 아빠는 잠시 또 기절!!
멀리 엄마 아빠를 발견한 아리도 빨리 가고 싶은데
우렁이는 걸음이 너무 느리기만 했지.
그 사이 엄마 아빠가 다시 깨어나 정신 차릴 수 있었지.
개선장군처럼 우렁이를 타고 엄마 아빠 앞에 나타난 아리.
그 뒤에서 아리를 든든하게 잡아주고 있는 청개구리.
아리야!! 아이구 이것아 죽은 줄 알았지. 꼬흐흑 흐흑.
어서 내려와라. 아리야 어서 내려와.
엄마 아빠. 잠깐만, 얘가 청개구리야.
봐 봐, 나랑 어디가 닮았어? 하나도 안 닮았지?
얘는 눈이 튀어나와서 엄청 귀엽잖아.
청개구리가 우렁이께 부탁해서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줬어.
너무 착해. 난 말썽꾸러기인데 - 힝. 그것도 안 닮았지!!
자기가 말썽꾸러기인 줄은 알고 있네요 -
저런 건 나 닮았지. 뭐라고욧?
엄마 아빠 맨날 싸우지만 말고 공부 좀 해!!
제대로 청개구리를 알지도 못하면서-
도서관에 가면 책이 엄청 많아.
그리고 말도 안 듣고 맘대로 돌아다니고
걱정시켜서 엄마 아빠 미안해. 삐약.
똑똑한 아리의 말에 엄마 아빠는 한번 더 기절할까 하다 참았어.
유치원도 땡땡이치고 놀러만 다녔는데 언제 저렇게 똑똑해졌지?
아유, 우리도 이제 싸움 좀 그만합시다. 애한테 창피해요
우리 아리 찾아줘서 고마워요. 꼬꼬댁 꼬꼬꼬.
엄마 아빠께 데려다줘서 고마워- 삐약, 삐약
고마워 우렁이야. 잘 가 청개구리야 꼬끼요오오오옷!!꼬꼬꼬고고
크게 목청껏 홰를 치며 배웅했어.
건방지고 게으르던 청개구리가 착한 일을 했네요. 오호!!
말썽쟁이 아리를 보고 청개구리도 느끼는 게 있었나 봐요.
우렁이 등이 살짝 간지러웠어요.
어어? 신령님께 벌을 받아 우렁이 등에 붙어 버린 청개구리 발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요.
(41 화 쫄령님 참고 )
청개구리 개굴개굴. 우렁이 우렁우렁. 연못 물이 남실남실.
둘이 함께 잠수! 풍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