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작가의 제4화 초중고대 소설

우리 빨리 가서 우유 가지고 오자. 손잡고 가자

by 지크피디 ByJIKPD

초등학교 에피소드 다섯, 우유당번

K와 나는 지금 추운겨울 낙엽도 다 떨어져 나무까지 추워 보이는 학교 안에 서 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릴 것 같다. 추운 겨울도 어김없이 우유당번은 우유를 가지러 짝을 지어서 가야만 하는데, 이렇게 추운 날에는 장갑을 끼고 당번짝지랑 같이 우유를 가지러 갔던 기억이 난다.

“오늘 날씨 너무 추운 것 같은데, 이것 봐! 호오- 김이 난다.”

“K! 무슨 우유 좋아해?”

“우유? 나는 우유가 싫었어. 엄마가 억지로 먹게 하곤 했는데 어릴 때는 싫었어.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잘 안 먹게 되네.“

“이런, 이런, 까다로운 친구! 크크.”

“너는?”

“요새 우유가 굉장히 다양하잖아. 기본적인 흰 우유, 딸기 우유, 초코 우유 말고도 민트우유, 치즈우유, 코코넛우유 등 우유에 다양하게 재료들이 첨가되는 것 같아. 제일 좋아하는 우유는 바나나우유! 그것도 하얀 바나나우유를 좋아해.”

“뭐야! 나보다 더 까다롭잖아.”

우리는 우유이야기로 한참 이야기 하다가 웃다가 그러고 있다. 사실 이때, 우유를 신청한 학생들은 우유를 마셨는데 어떤 날은 하얀 우유가 어떤 날은 초코 우유나 딸기 우유가 당첨되는 날이 있었다. 초코 우유나 딸기 우유가 나오는 날은 그야말로 당첨이었다. 많은 친구들이 흰 우유는 사랑하지 않았고 초코우유와 딸기우유를 편애했다. 하지만, 겨울에는 난로 위에 하얀 우유를 데워서 먹는 맛이 있었으니 겨울만큼은 하얀 우유도 우리에게 우유대접을 받는 계절이었다.

오늘은 소녀가 우유 당번을 맡은 날인가 보다. 오전에 장갑을 끼고, 친구와 함께 서둘러서 우유를 가지러 간다. 플라스틱 상자 안에 담긴 우유들을 들고 오려면 아무래도 추운 겨울에는 장갑을 끼는 편이 훨씬 수월했으니까!

“우리 빨리 가서 우유 가지고 오자. 손잡고 가자.”

“그래! 오늘은 무슨 우유일까?”

“나는 초코우유 먹고 싶은데~”

“나는 딸기우유~”

“그런데 난로위에 데워 먹으려면 흰 우유가 좋겠지?”

“맞다! 난로 위에 데워 먹어야지! 히힛”

“빵이랑 같이 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나는 코코아가루 타 먹을 거야.”

“그런데 코코아가루 타 마시는 거나 초코 우유 마시는 거랑 뭐가 다른데?”

“당연히 다르지! 맛이 다르잖아!”

“그래, 어쨌든 맛있겠다.”

“맛있겠다. 맛있겠다.”


“랄랄라 랄랄라 랄라랄라라”

“우리 기도드리자.”

“하나님, 오늘 흰 우유가 나오게 해 주세요.”

“아멘”

소녀와 친구는 발을 맞춰가며 따닥따닥 신나는 발걸음으로 우유를 가지러 간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험 때나 이렇게 무언가 간절한 일이 생길 때면 기도를 하고는 했는데, 신기하게 이루어질 때도 많았다. 초등학교 때 기쁨은 친구들과 맛있는 간식을 먹는 재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드디어 소녀와 친구는 우유가 배급되는 장소에 도착한다. 그리고는 환호성을 지른다.

소녀가 먼저 이야기한다.

“우아, 흰 우유다.”

“기도가 이루어 졌다.”

“야! 빨리 가지고 가서 난로에 데워먹자.”

“신난다.”

소원이 이루어진 신난 소녀와 친구는 깃털마냥 가벼운 발걸음으로 난로에 데워먹을 수 있는 흰 우유를 담은 플라스틱 우유 상자를 한 손씩 나눠들고 교실로 향해갔다.

교실에는 소녀와 친구가 우유를 가지고 오기를 바라는 친구들이 우유 상자를 맞이했다.

“흰 우유다! 난로에 데워 먹자!”

우유를 데워 마실 즐거운 생각으로 가득 찬 아이들이 웅성대고 있다. 아이들은 우유를 하나씩 가지고 나와서 난로위에 두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난로의 면적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탑을 쌓아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난로 위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재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우유가 하나씩 올려지고 난로 위는 어느새 하얀 우유로 채워진다. 그리고 우유가 빨리 데워지기를 바라는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우유가 데워지는 동안 한 번씩 간절하고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보곤 한다. 사실 우유가 데워지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인내의 시간이 다소 필요했지만, 우유가 데워졌을 때, 이 추운 날 따뜻한 우유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우유 다 데워졌다. 마시자!”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자신의 우유를 들고 갔다. 이 때, 우유에 이름을 적어서 자기 우유를 구분 짓기도 했다. 추운 겨울 마시는 따뜻한 우유는 행복 그 자체였다. 춥지 않을 때는 잘 쳐다보지 않았던 흰 우유! 적절하고 따뜻하게 데워진 하얀 우유가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배까지 내려가는 그 느낌은 뭐라고 할까?

우유가 한 모금씩 들어갈 때마다 입술꼬리는 점점 귀에 가까워지는 그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코코아가루 타 먹어야지.”

“마일로?”

“맞다!”

“나도 조금만 주라.”

“조금밖에 없는데.”

“다음에 떡볶이 사 줄게.”

“음.... 그래.”

이렇게 협상타결을 하고 코코아가루를 조금 얹어서 따뜻한 우유에 넣어 먹었다. 그리고 이때, 작은 식빵 안에 크림과 건포도가 가득한 빵이 있었는데, 우유랑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K와 나는 아이들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우유를 이렇게 마셨구나. 재미있었겠는데”

“이때 뭔가 훈훈하고 따뜻했던 기억이야. 우리 때는 전체적인 사회분위기도 풍요로운 느낌이 있었어. 물론 나중에는 한국이 샴페인을 빨리 터뜨렸다면서 결국 IMF가 오기도 했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풍요로운 시기였어.”

“따뜻한 느낌들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 같아.”

“지금 우리가 보고 가는 이런 느낌들을 잘 기억하자.”

“그리고?”

“돌아가서 이런 느낌들을 나눠주면 어떨까?”

“좋은 생각인데!”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면 좋겠어.”



초등학교 에피소드 여섯, 걸프전과 사과나무


K와 나는 몇 번의 이동 끝에 많이 지치고 배도 고팠다. 나는 K에게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떡볶이는 그 때나 지금이나 최고의 간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고픈 우리를 기쁘게 해 주는 떡볶이와 반대로 TV를 통해서 전해지는 방송은 전쟁소식!

1991년 추운 겨울 1월에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났다. 바로 이라크가 1990년 8월에 쿠웨이트가 원유를 지나치게 시장에 많은 양을 공급 하면서 유가가 떨어지게 되었다고 비난하며, 동시에 역사적, 문화적 동질성을 강조하며 쿠웨이트를 합병하면서 1991년 1월부터 2월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UN다국적군은 ‘사막 보호 작전’을 시작하면서 걸프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 작전은 ‘사막의 폭풍 작전’으로 이어져 전투가 이어졌다.

“전쟁이 났을 때, 나는 4학년이었어.”

“이 때 어떤 생각을 했어?”

“사실 나는 좀 심각했거든. 외사촌 동생은 기억할지 모르지만, 옥상에 같이 올라가서

이제 전쟁 났는데 우리는 어떻게 하냐! 이러면서 걱정했던 기억이 있어.“

“그랬어? 그럼 우리 그 때로 한 번 가보자!”

K와 나는 그 때로 외사촌과 대화를 하던 시간으로 가기로 했다. 전쟁이란 것은 세계 속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 때로 돌아가서 아이들의 대화 속에 담긴 전쟁에 대한 생각을 돌아보기로 했다. 소녀와 소녀의 한 살 차이 외사촌 동생은 옥상에서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전쟁 났단다.”

“중동인가 거기서 났다는데. 미국하고 다른 나라들 하고 전쟁하러 갔단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데? 우리나라에 쳐 들어오는 거 아니가?”

소녀는 걱정이 되는 마음으로 외사촌 동생에게 묻는다. 지금은 많은 세상일들에 초연하지만, 그 당시 나는 많은 걱정들을 했었던 것 같다.

“미국이 세니까 안 괜찮겠나?”

“왜 전쟁을 할까? 그냥 사이좋게 지내면 되지.”

“뭐 잘 못 했겠지. 누나야!”

여전히 걱정이 되는 나는 옥상으로 내려갔다. 그 때, 아빠가 돌아가신 뒤로 외삼촌과 외숙모가 오랫동안 우리 옆에 있어주셨다. 외사촌들도 초등학교 대부분의 시절을 함께 보냈다. 소녀는 집에 있던 외삼촌에게 내려가서 또 이야기를 한다.

“삼촌, 전쟁 났다는데요.”

“그래 전쟁 났다네.”

“전쟁 나면 어떻게 해요?”

“괜찮다.”

“그래도요...”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했거든! 내일 종말이 와도 나는 오늘 사과 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

“그게 무슨 말인데요?”

“전쟁이 일어나도 지금 내 일에 충실하면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라. 우리 나라에 전쟁 안 일어 날꺼다.”

“예...”

지금 돌이켜 보면 삼촌의 그 이야기가 어린 소녀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지금까지도 그 이야기가 마음에 남아서 생각나게 하고 있다. 그런 걸 보면 어린 시절 어떤 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한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K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거 봐, 그 이후 우리나라에 전쟁 안 났지. 외삼촌 말씀 듣기를 잘 했네.”

“그래,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아빠가 돌아가시고 아마 어린 겉마음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았지만 마음 깊이는 뭔가 불안감이 있었나봐.”

“오늘 걱정은 오늘 하고, 내일 걱정은 내일 하면 되는 거야!”

“맞아, 걱정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걱정을 내일로 미룰 수는 있으니까!

그리고 걱정대신 좋은 일들에 초점을 맞춰야 걱정거리도 사라진다! 살다보니 그게 맞더라고~“

“살다보니? 크크 할아버지 할머니들 들으시면 박장대소 하겠다.”

“뭐야~?”

K와 나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크게 웃었다. 걸프전은 34개 UN 다국적 군의 승리로 끝났다. 이라크전쟁이라고도 불리는 걸프전은 쿠웨이트를 침략한 이라크를 몰아내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전쟁은 결국 욕심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내가 너보다 낫다’라는 식의 사고가 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눈에 보이는 나라간의 전쟁도 있지만,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무엇보다 내 마음 안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때로는 좋은 싸움은 필요할지 모르지만, 쓸데없는 싸움은 버려야 요즘같이 팍팍한 시대에 덜 피곤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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