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겨울
제주시 조천읍 우리 집에서 사려니숲까지는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여행처럼 갔던 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오며 가며 지나가는 길에 차를 세우고 한번 걸은 후 다시 가던 길을 가곤 했다. 자주 갔더니 7살 하준이도 근처 주차장만 봐도 "여기 사려니숲이야?"하고 묻는 수준에 도달했다.
'사려니'는 신성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입구부터 빽빽하게 서있는 삼나무를 비롯해 편백나무, 졸참나무 등이 서식하고 있다. 키 큰 나무들로 저절로 그늘이 만들어져 더운 여름날에 가도 시원한 그늘에서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또 대부분의 구간을 휠체어나 유모차로 갈 수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찾기 쉽다.
특히 비 오는 날에 간다면 나무들 사이에 낀 안개 덕분에 더없는 눈치를 느낄 수 있다. 습기 찬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나무향은 덤이다. 바닥이 데크로 돼 있어 진흙길에 대한 우려도 없다.
사려니숲에서 '탄낭가족 숲체험' 프로그램을 한 적도 있다. 일 년에도 철마다 여러 번 하는 프로그램인 것 같은데 우리는 손발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날에 했다. 다른 가족들도 패딩에 목도리, 장갑까지 중무장하고 와있었다.
탄낭가족은 산림청과 생태명상 공동체에서 진행하는 숲 체험 프로그램이어서 탄소중립에 대한 교육을 놀이로 진행한다. 진행해 주신 선생님 말이, '탄낭'은 이산화탄소의 '탄'과 나무를 뜻하는 제주도 말인 '낭'이 합쳐져 이산화탄소를 먹는 나무를 뜻한다고 한다. 다행히 이날 하준이 또래 친구들이 많이 와서 즐거운 숲체험을 했다. 탄소중립에 대한 설명은 간단히 하고, 아이들이 어린 만큼 즐거운 놀이를 많이 했다.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 노래에 맞춰 '숲, 숲, 숲대문을 열어라' 놀이를 함께한 가족 다 같이 하기도 하고, 돌을 들춰서 나오는 벌레들도 찾았다. 모두 나무조각에 곤충을 그려보고, 한데 모은 후 선생님이 숨겨서 보물찾기 하기도 했다. 또 제주도 같은 섬 하나를 바닥에 만들고 그 위에 나무작대기를 꽂으며 나무가 많아져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탄낭가족 뿐만 아니라 제주에는 산림청과 하는 다양한 무료 프로그램이 정말 많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산림청에서 하는 숲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서귀포시 한남시험림 숲길에서 진행하는 것이었다. 버섯 또는 장수풍뎅이 관찰 수업 중 하나를 골라 듣는 것이었는데, 수업 후 한라산 표고버섯목체험 키트를 받거나 장수풍뎅이 사육키트까지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아이와 함께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몇 주째 비가 와 수업이 연기됐고, 우리는 연기된 일자에 선약이 있어서 결국 가지 못했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맘카페나 당근마켓 등에도 자주 공지가 올라오는 만큼 유심히 보거나 관련 검색어로 검색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익하면서도 재미있고, 또 부모들은 약간의 자유시간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