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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새던 타운하우스

제주도의 겨울

by 만년소녀 Feb 21. 2025
우리가 제주에서 1년 연세로 살았던 타운하우스. 겉보기엔 멀쩡했다.


우리는 2023년 10월에 제주시 조천읍 와선로에 있는 2층 타운하우스로 이사를 왔다. 이사 날짜는 10월 12일이었는데, 집주인이 빨리 계약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중개업소를 통해 전해와 계약은 3주가량 일찍인 9월 20일에 하게 됐다. 보증금 2000만 원에 연세 1600만 원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예산 안에 있었고, 초등학교 병설유치원과 해변이 가까워야 한다는 조건에 들어맞는 곳이었다. (함덕해변과는 15분 거리 떨어져 있어서 괜찮았지만 집에서 차로 7분 거리인 대흘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이미 대기 인원이 당시 10명이 넘어서 우리는 차를 타고 20분은 가야 하는 신촌초등학교 병설유치원으로 가야 했긴 했다.) 


이 집을 처음 보러 갔을 때가 기억난다. 회색 톤의 모던한 외관과 하얀 내부가 잘 어울려 깔끔하면서도 예쁘다고 생각했다. 특히 넓은 2층 테라스에는 긴 어린이용 수영장이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1층 마당은 넓진 않았지만 보리와 공 던지기 놀이를 하기에도 좋았다. 다만 집 내부 곳곳에 곰팡이가 펴 있어서 군데군데 벽지가 찢겨 있었다. 


"제주도라 습기가 많아요. 세입자가 없는 경우엔 관리가 잘 안 돼 곰팡이가 금방 생기네요. 들어오시기 전까지 집주인이 곰팡이를 제거하고 벽지를 새로 해준다고 했어요."

중개업자가 이렇게 전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가 이미 연세로 집을 계약하고 나서, 또 실제로 입주하기 전까지도 공사는 이어졌다. 입주 청소업체가 견적을 내기 위해 이사 며칠 전에 집을 보러 왔었는데 "여전히 벽지가 돼 있지 않았고 집 상태가 좋지 않다"라고 전하며 "청소는 지금 못하고, 벽지 바른 이후에 하겠다"라고 해서였다. 조금 분통 터지긴 했지만 이사한 날에는 다행히 벽지가 깨끗하게 잘 발려져 있었다. 


그렇게 두 달가량 살던 어느 날.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지나는데 머리 위로 물이 떨어졌다.


"악! 이게 뭐야!"


계단 위에 이미 물이 떨어져 흥건했다. 우리는 집주인에게 12월 17일 처음 사진을 찍어서 보냈고, 집주인은 알아본다고 하더니 연락이 없었다. 계단 위 천장 나무벽이 썩어 들어가고 있어서 여러 번 다시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계속 연락을 해도 소식이 없어서 2월쯤 심각한 상태 사진과 장문의 사진을 보냈다. 이미 나무와 벽지는 색이 다 바뀌었고 아래 계단 나무도 빗물이 튀어서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집주인은 방수공사를 하려면 햇볕이 쨍쨍한 날씨가 3일은 이어져야 공사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2024년 2월 중 맑은 날은 며칠 되지 않을 정도로 내내 비가 이어졌었다. 결국 3월 9일에 방수공사를 했다. 12월 중순부터 비가 샜는데 3월 9일까지 대야를 받쳐놓으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비가 새진 않았지만 그동안 내린 비로 썩은 나무 천장, 곰팡이가 핀 벽지를 빨리 바꿔주길 바랐는데 집주인은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 5월 9일에서야 해당 부분 벽지를 갈아줬다. 작년 12월 이후 5월 초까지 일 년 살기 한다며 자려고 온 손님도 몇 번 놀러 왔었는데, 집을 보여주기가 조금 민망했다. 


집 공사를 하러 오는 전문가분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이 동네 집들이 다 조금씩 문제가 많아요. 문제없는 곳이 없어요. 집만 지어놓고 팔려고 부실 공사를 한 것 같아요."


아마 집주인도 속상한 마음일 것이다. 우리가 알기만 해도 우리 옆집도 같은 집주인 소유인데 그 집도 계속 공사가 많은 듯했다. 신랑과 통화를 하는데 "연세로 받은 임대료가 다 공사비로 나간다"라고 말했단다. 그래서 집을 팔려고 내놨다고 전화도 왔고, 실제로 중개업소에서 손님을 데리고 집을 보러 오기도 했었다.  


제주 일 년 살기를 올 때 예쁜 집을 고르는 것은 좋지만 구석구석 수리는 잘 돼 있는지, 집주인은 바로바로 고쳐주는지 여부도 조금 확인할 수 있으면 확인해서 계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문제가 많아서 매물로 내놓은 집은 아무래도 집주인 또한 정이 붙지 않아서 잘 고쳐주려고 하지 않으니까.


제주집에서 우리집 미모 담당 안보리
친정 부모님이 제주집 마당에 만들어주신 텃밭. (나올 땐 원상복귀하고 나왔다) 그리고 잘 자라라고 물을 주는 우리집 꼬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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