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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겨울
우리가 제주 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가던 곳이 있다. 바로 산방산 탄산온천이다. 여행 피로를 씻어내기에 참 좋았다. 특히 탄산탕에 들어가면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을 보는 것이 신기했고, 또 확실히 피부가 더 매끄러워지고, 좋아지는 게 어느 정도는 느껴지기도 했다. 하준이도 뜨거운 탕엔 잘 못 들어가지만 시원한 탄산탕에는 잘 들어가서 논다고 했다.
우리는 겨울에 종종 온천을 찾아 몸을 지지고 왔다. 겨울철 여행을 오는 친구나 가족들을 데리고 가기도 했다. 친정 부모님 같은 경우엔 제주 한 달 살기도 하셨고, 여행도 자주 오셨지만 우리와 처음 탄산온천에 가본다고 했다.
제주 일 년 살기를 하면서 탄산온천에 갈 때 가장 좋았던 점은 도민할인을 해준다는 점이다. 둘 다 일을 하지 않는 빠듯한 형편에 약소하지만 도민할인을 해주는 곳에 가면 참 기분이 좋았다.
다만, 제주시 조천읍에서 탄산온천이 있는 서귀포 안덕면까지 1시간이 넘는 거리라는 점에서 우리는 혼모심이라는 동네 목욕탕도 즐겨 갔다. 뜨끈뜨끈한 탕에서 피로를 푸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따로 있다. 남몰래 즐겼던, 은밀한 취미랄까.
바로, 지역 토박이 할머니들의 제주 사투리를 듣는 것이었다. 알아듣는 말이 있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안 듣는 척하면서 할머니들의 사투리를 듣는 것이 즐거웠다. 다른 나라말을 해석해 보는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