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겨울
제주살이 소식을 종종 올렸던 내 인스타 스토리를 보고 지인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때가 있다. 바로, 난방비가 50만 원 나왔다고 지로 영수증을 찍어 올렸을 때다.
정확히는 49만4750만 원. 사실 50만 원에 육박하는 40만 원대 난방비가 한 석 달은 나왔었다. 그걸 그냥 2층 타운하우스라서 그러려니 하고, 너무 '심하다'며 인스타그램에나 올렸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제주맘카페에서도, 제주 도민인 지인을 만나도 다들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고, 제주는 다른 건 다 좋아도 난방비가 너무 심하게 나온다며 얘길 했으니 그냥 감수해야 하는 줄만 알았다. 실제로 도시가스를 쓰는 번화된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우리처럼 LGP가스를 썼다.
그러나 난방비 폭탄이 막을 내린 것은 친정 부모님이 놀러 오셨을 때였다. 내가 '세상에 난방비가 50만 원이나 나왔지 뭐야'하니, 얼른 AS기사를 부르라고 해서 불렀다.
아니나 다를까, 고장이 났던 것이었다. 우리는 처음에 잘 올라가지 않는 2층 난방을 잠가놨었는데, 보일러만 틀면 이상하게 2층도 후끈후끈하게 더워서 이상하게 생각하긴 했었다. 그런데 그 2층 밸브가 고장이 나서 우리가 잠가놓아도 똑같이 1층과 마찬가지로 가동이 돼 50만 원이나 나왔던 것이었다. 부모님이 AS 부르라고 해서 부른 이후 다행히 그때부터 난방비는 약 절반 정도로 줄었다. 빨리 AS 부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석 달가량 50만 원 돈을 냈던 게 뒤늦게 속이 상했다.
그러니 혹시나 제주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면, 비싸다는 고정관념이 있더라도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꼭 AS 받아보길 바란다. 아니면 우리처럼 뒤늦게 속상할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