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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Jan 28. 2021

어떤 여행

기타를 타고 떠난


무슨 여행이라 말해야 할까요

분명히 여행을 하는 기분이거든요

어떤 곳으로 간 건 아니에요


인생의 봄이었던 스무 살 무렵인 듯해요

꽃샘추위 매섭가웠던 나의 봄

흐드러지게 피어 흩날리던 벚꽃 향기 가득한

시와 음악이 없이는 사는 게 아니었던 봄


길을 잃는 게 어떤 건지 뼛속까지 체험했던

길을 찾으려 읽고 생각하고 듣고 부르던

그때로 여행을 와 있네요


아주 가끔씩 아주 살짝 그때에 머문 적이 있지만

짐도 못 챙긴 채 떠난 이번 여행은 조금 길어지네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냐고요?


음악에 몰입하는 스물 살 가수를 봤거든요

기타를 메고 자신의 소리로 노래 부르는 모습을요

기타를 치며 노래 불렀던 스물두 살의 내가 깨어나

그때의 봄에 와 있네요


최고의 노래를 부르진 못했지만 최선으로 불렀던

그때로 돌아가게 해주는 소리를 하염없이 듣고 있


생소한 곳, 생경한 일들이 돌발하는 첫 여행처럼

어리둥절한 채 어찌할 바를 몰라 멈춰 서 있지만

기타를 타고 떠난 여행에서 조금만 더 머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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