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여행이라 말해야 할까요
분명히 여행을 하는 기분이거든요
어떤 곳으로 간 건 아니에요
인생의 봄이었던 스무 살 무렵인 듯해요
꽃샘추위로 매섭게 차가웠던 나의 봄
흐드러지게 피어 흩날리던 벚꽃 향기 가득한
시와 음악이 없이는 사는 게 아니었던 봄
길을 잃는 게 어떤 건지 뼛속까지 체험했던
길을 찾으려 읽고 생각하고 듣고 부르던
그때로 여행을 와 있네요
아주 가끔씩 아주 살짝 그때에 머문 적이 있지만
짐도 못 챙긴 채 떠난 이번 여행은 조금 길어지네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냐고요?
음악에 몰입하는 스물두 살 가수를 봤거든요
기타를 메고 자신의 소리로 노래 부르는 모습을요
기타를 치며 노래 불렀던 스물두 살의 내가 깨어나
그때의 봄에 와 있네요
최고의 노래를 부르진 못했지만 최선으로 불렀던
그때로 돌아가게 해주는 소리를 하염없이 듣고 있네요
생소한 곳, 생경한 일들이 돌발하는 첫 여행처럼
어리둥절한 채 어찌할 바를 몰라 멈춰 서 있지만
기타를 타고 떠난 첫 여행에서 조금만 더 머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