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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 a Fan Oct 13. 2024

하와이 여행 (Ohau, North)

엄마의 기록 #9

창문 밖으로 내 앞에 펼쳐진 날씨는 맑음을 넘어 쾌청했다. 해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나와 일광욕, 서핑, 수영 등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아이 덕분에 아침 7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나왔다 생각했지만, 잠자는 사이 무언가 더 좋은 걸 놓친 기분이 들 정도로 하와이의 날씨는 탐이 났다.



모닝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 그린 월드 커피 농장(Green World Coffee Farm)을 찾아갔다. 운전을 하다 그냥 지나칠 정도로 두각 되지 않는 건물이었지만, 하와이 곳곳에서 재배되는 여러 종류의 커피콩을 다양한 로스팅과 블랜딩으로 접할 수 있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커피 맛은 훌륭했고 건물 뒤쪽에 있는 널찍한 마당 덕분에 아이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오아후(Oahu)의 서쪽은 관광지보다 대부분 하와이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라 그들의 일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관광객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평을 보았지만, 북쪽은 해변도 예쁘고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우리가 머무는 4일 일정 중 하루를 이 지역으로 정했다.


할레이와 스토어 랏츠(Hale'iwa store lots)로 가장 먼저 향했다. 도착하니 예쁜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하와이에 가면 한국의 팥빙수 같은 셰이브 아이스(Shave Ice)를 꼭 먹어봐야 하는데, 그중 가장 평점이 높았던 마수모토 가게(M. Matsumoto grocery store)가 여기 위치하고 있었다. 먹어보니 어릴 때 먹었던 색소 얼음 같았지만 ^.^ (허허) 더운 날씨에 즐기기 딱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조사에서 가장 맘에 들고 한번 걸어보고 싶었던 곳은 와히아와 식물원(Wahiawā Botanical Garden)이었지만, 이동경로를 복잡하게 하고 싶지 않아 해변도로를 따라 카후쿠(Kahuku)로 가는 길에 위치한 와이메아 벨리(Waimea Valley)를 선택했다. 공원의 하이라이트는 와이메아 폭포(Waimea Falls)였는데, 입구에서 폭포를 들렸다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 30-40분이라 안내되어 있어 아이가 있는 우리에게 딱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포에 도달했을 때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가난한 물줄기에 우리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지만, 시원한 폭포수를 맞으며 즐겁게 물놀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잠시 더위를 날릴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 트로피컬 한 나무들 아래 펼쳐진 드넓은 잔디밭에서 함께 술래잡기 하는 그 시간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오늘 일정에서 다른 어떤 것이 틀어져도 이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흡족했다.



카후쿠(Kahuku) 지역으로 꼭 가야 했던 이유는 사실 포케 때문이었다. 넷플릭스에 소개되었던 라이 포케 쉑(Ry’s poke shack)을 가고 싶었는데, 분명 여는 시간과 장소를 꼼꼼히 알아봤다고 생각했지만 하필 우리가 간 날에 문이 닫혀 있었다. 그러나 그 지역이 푸드트럭으로 유명한 곳이라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곳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어 좋았다.



하루의 마무리로 해변을 찾아갔다. 사실 지나가면서 보았던 샤크 코브(Shark's Cove)로 가고 싶었지만, 아이가 모래놀이 하는 것을 좋아해 모래가 고운 곳을 선택했다. 선셋 비치(Sunset Beach)는 구부러진 채 자라고 있는 야자수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늦은 오후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어 바다에 깊게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오아후 섬의 북서쪽을 바라보는 해변이라 그날의 짙은 석양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었다.



앞에는 아름다운 노을이, 내 등에는 “엄마가 좋아” 라고 말해주는 아이가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해변에서 와이키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1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그 사이 아이가 잠에 들어 이따 호텔에 도착해 씻기면 이후 다시 잠들기까지 오래 걸리겠구나 싶었지만, 오늘도 어제처럼 아이는 기절했다.


‘피곤한 강아지가 행복한 강아지다’ 라는 말이 있듯, 분명 피곤한 아이도 행복한 아이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그 이외에 정보]


#1 테드 베이커리(Ted's bakery)

코코넛 우유로 만든 디저트인 하우피아 파이(haupia pie)로 유명하다. 월-금,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운영한다.


#2 돌 플랜테이션(Dole Plantation)

브랜드 돌(Dole)의 대표 상품인 파인애플 관련 제품들을 판매하고 그 농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은 한번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파인애플 익스프레스(pineapple express)라는 기차를 운영하는데, 가격은 어른이 $13.75, 어린이가(4세-12세, 4세 미만 무료) $11.75이며 소요시간은 약 20분 정도이다. 매우 주관적인 기준으로 코스가 좀 시시한 면이 있지만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타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3 토요장

- 카카아코 파머스 마켓(Kaka'ako Farmers Market)

매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오픈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마감 전까지 언제든 가도 좋지만 차로 이동한다면 주차가 제한적일 수 있으니 일찍 가는 것을 추천한다. 모든 점포가 다 맛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서 조금씩 사 먹어보고 그중 맛있는 곳을 한번 더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 와이키키 스트리트 잼(Waikiki Street Jam)

일 년에 한 번 와이키키 해변 뒤, 호텔들이 집중되어 있는 거리에서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열리는 축제다. 개인적으로 와이키키 스트리트 잼이 열리는 시기에 하와이를 방문하게 된다면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음식과 상인들이 파는 상품의 가격들이 전체적으로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가성비 좋은 제품들도 만나볼 수 있고 보는 재미도 크다. 밤이 늦을수록 사람들이 몰려 먹고 싶은 음식도 길이 너무 길어서 못 먹을 수 있으니, 이른 오후부터 기웃거리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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