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일 동안 술 안 마시니 제일 좋은 것은 ‘이것’
금주를 한 지 1000일이 되었다.
술을 끊고 내 삶에는 참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몸이 달라지고, 얼굴도 바뀌었고,
루틴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일정해졌고,
밤마다 흐트러지던 생활도 안정되었다.
무엇보다 정신이 맑아지니
생각이 정리되는 속도도 달라졌고,
꾸준히 무언가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변화들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들이 하나둘 쌓였음에도
제일 좋은 변화 단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걸 말하고 싶다.
하루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된 일.
이 힘이 있었기에
1000일 동안 어떤 유혹 앞에서도
다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었다.
예전의 나는 조금만 힘들어도
먼저 핑계를 찾는 사람이었다.
일이 풀리지 않으면 징징거리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고,
결국에는 언제나 술로 하루를 대충 덮어버렸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 하기보다
술로 감정을 눌러버렸고,
좋은 일이 생겨도 그 기분을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오늘은 한 잔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그러다 보니 무엇이 나를 기쁘게 했는지,
어떤 순간이 소중했는지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하루를 넘기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말짱한 정신으로 하루에 일어나는
모든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고통, 불안, 두려움, 감사, 사랑, 웃음, 기쁨,
그리고 예전엔 피하려 했던 불편한 감정들까지도
이제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좋은 감정은 예전보다 훨씬 깊게 누릴 수 있고,
불편한 감정은 흘려보내지 않고
차분히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내 상태를 더 정확히 알게 되었고,
현실도 담담하게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어려운 일 앞에서는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찾게 되었고,
좋은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커졌고,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이 감정들이 쌓이니
삶의 만족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술을 끊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술 끊으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이다.
그런데 더 좋은 만족을 알게 되면
예전에 즐겁다고 느꼈던 것들은
예전만큼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도 금주하면서 그걸 알게 되었다.
술이 주던 자극과 재미보다
또렷한 하루가 주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굳이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마치 시력에 맞는 새 안경을 쓰는 순간,
예전에 쓰던 흐릿한 안경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한번 또렷한 세상을 보고 나면
예전에 흐릿하게 보이던 풍경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술을 끊는 동안 삶을 온전히 느끼는 기쁨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온전한 기쁨은 술 한 잔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종류의 기쁨이라는 것을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하루에서 느껴지는 감정 하나하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고,
그 감정들 속에서 하루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
이것이 바로 금주 1000일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그리고 신기한 건,
이 선물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진다는 점이다.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또렷해지고,
하루가 길어지고, 선택은 더 분명해진다.
문제는 술 자체가 아니라,
술에 기대 살아가던 ‘내 방식’이었다는 걸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한번 또렷하게 보고 나니,
그 흐릿하던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의 선명함이, 지금의 하루가,
지금의 나를 더 좋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금주 1000일.
나는 이제야 진짜 나답게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1000일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답게 흘러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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