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우울단편선 #6

by 플루토

떠나려는 이의 유서를 읽어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참으로 싫습니다.

부끄러운 낯을 가릴 구름도 없어 별거 아닌 인간인 게 들킨 것 같습니다.

벚꽃이 터지고 신록이 올라오고 최후의 나뭇잎이 떨어질 때까지 얼마나 세차게 때렸는지 모릅니다.

하늘도 가리지 못한 슬픔은 내가 앉고 떠나겠습니다.

당신의 슬픔도 역시 내가 떠안겠습니다.

가져오십시오.

가져다주십시오.

슬픔을 내게로 데려와주십시오.

눈물마저 흘리지 않게 조용히 떠나겠습니다.

낭비하시지 마시고 그저 지나가시면 되겠습니다.

지구별의 떠다니는 슬픔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