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싫습니다.
내 안에 많은 ‘나’가 있겠지만 사랑할 수 없어 결심한 게 있습니다.
먼 미래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결혼을 한다면 자녀를 가지질 않을 겁니다.
나와 닮은 아이가 나올까봐 너무나 두렵습니다.
그 아이에게 과연 인생의 방파제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불온한 피를 물려준 아이에게 떳떳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마지막을 향해 흘러갑니다. 이 흐름에 눈물과 유희와 절망과 그리움을 따라 보냅니다.
거대한 시류 속에 어지간만 못한 잔류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 편지는 도태되는 인간의 기록 같은 게 아닐까요?
고고학자에게만 가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