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앤 Oct 13. 2024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부쳐

10월 10일은 대만의 국경일이다. 상산이라는 타이베이 101 빌딩 근처의 산 위에서 국경일 기념 불꽃놀이를 기다리다가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상산에서 바라 본 타이베이101의 불꽃놀이

아마도 모든 한국 사람들의 마음은 저 불꽃처럼 환하게 날아오르지 않았을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 아니 우리나라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그런 이유도 있지만, 사실 나는 이번 수상으로 인해 사람들이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동안은 소설 읽기 열풍이 불어 좀 긴 글을 사람들이 읽게 되길 소망하는 바람이 있어서 더 기뻤다.

학생들이 제출하는 과제를 읽다 보면, ai가 만들어 준 문장에 적당히 서론 본론 결론이라는 표제만 대충 붙여서 내 생각도 네 생각도 아닌, 게다가 깊이도 없는, 말 그대로 정보의 묶음만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용도 비슷하다. 어쩌다 미숙하더라도  쓴 이의 생각이 들어있는 글을 읽으면 어찌나 반가운지… 그나마 ai의 도움을 받은 글은 “문장”의 형태라도 하고 있지… 유튜브 쇼츠와 짧은 동영상의 영향인지 상당수의 글은 그들의 동영상을 닮아 기승전결도 없는 기괴함을 선사하기가 일쑤이다.

예전에 나는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이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스토리공모에서 수상한 적이 있다. 그 기회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을 써 볼? 기회가 있었는데, 출판사에서 래퍼런스로 주는 작품을 읽으면서 당시 공동작가와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문학소녀로 살아오며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전형적인 플롯에 익숙한 우리에게 발단도 전개도 생략된 채 위기 절정 위기 절정만 거듭되다가 갑자기 결말로 이어지는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글은 참 적응이 어려웠다. 그러니까 그 유명한 해리포터만 해도, 해리의 부모님이 있고, 아이가 저주를 받았으며, 특별한 이유로 이모집에서 학대받으며 살았고, 마법학교로 가는 기차에서 친구들을 만나 다양한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또 세계관만 해도, 마법사, 머글, 금기시되는 죽음을 먹는 사람들.. 호그와트의 기숙사.. 뭔가 이해가능한 충분한 배경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게 이미 나이가 든 내 머릿속… 구조.

그러나 그때 내가 읽은 비슷한 래퍼런스들을 보면,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마법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순간부터 기뻐서 마법을 마구 쓴다. 음.. 평범하던 내가 갑자기 마법을 쓰게 되었다면, 스스로 놀라거나.. 아님 얘가 왜 안 놀라는지 설명을 해 주든지.. 뭐 그래야 하지 않을까? 당시 출판사 대표의 말에 따르면.. 요즘 애들은 그런 걸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다. 그저 긴장긴장긴장이 이어지지 않으면 그걸 읽지 않는다 한다.. 그래서 그 프로젝트는 아직도 중단 상태다.


노벨상 수상으로 온라인 서점들은 밤샘을 했을 듯

아침이 되자 다양한 이벤트 문자와 메일이 답지하기 시작했고, 뉴스를 보니 작가님의 작품들을 사겠다는 주문으로 출판사와 서점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작가님의 인터뷰도 읽고 듣고 해 보니, 어린 날부터 한국의 문학 작품을 읽으며 자라온 배경이 지금의 작가님을 만들었다는 반가운 고백이 눈물겨웠다.

사실 나는 한강 작가님의 엄청난 팬은 아니다.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수상 이후 그 책에 도전해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당시의 나는 너무 바빴고, 책의 내용은 좀 도전적이었다. 나는 정이현, 배수아, 공지영, 김애란과 같은 좀 더 대중적인? 작품을 더 많이 읽었다. 이번에 입문용으로 좋다는 다른 책들을 좀 더 주문해 보았는데, 아무려면 어떠랴. 많은 이들이 나처럼 한강의 책들을 주문했을 것이고, 교양 있는 대화에 동참하기 위해 읽을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이 아주 기쁘다.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기쁨을 되찾고, 정신적인 안정과 성숙을 찾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나는 도서관을 좋아한다. 그중 하나는 오래된 책에서 나는 오래된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책냄새는 진정으로 내 마음에 안정감을 주고, 실제로 책들은 정신적 풍요를 선사한다. 헐~ 대박~에 그치지 않는 풍부한 어휘력도 성장시킬 것이다.

그 와중에 책의 내용이 어떻다, 중국 작가가 받았어야 한다 등등의 잡소리들은 참 어처구니가 없다. 거기에 다른 작가도 동참했다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세상의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마땅하고, 작가는 그러한 자신의 세계관을 글로 풀어 남기면 된다. 공감은 독자의 몫. 사람들이 다 같이 소설과 독서의 세계에(그것이 일시적인 광풍일지로도)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는 이러한 축제의 순간에 어찌 그런 돌을 던지는가..(그 작가님이 스스로를 홍보하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면, 나는 거기까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미숙한 독자가 맞다)

대만 도착 이후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만 일억 번 정도 먹은 거 같은데, 이 기회에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 나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