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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pengur Jun 07. 2023

허들링 프로젝트

기후위기 연대는 펭귄들의 허들링처럼

"지구온난화는 없다." 지구온난화 관련 작업을 시작하면서 작업물이 하나둘씩 쌓여갈 때 즈음, ‘지구온난화 사기극’이라는 주장을 접했을 때, 이제까지 했던 작품들이 날아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석탄, 석유등을 추출하여 공장이 빠르게 활성화되어야 이익이 되는 기업단체로 뒤에서 로비가 이루어진 결과물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 사기가 맞고, 내가 하는 작품들이 사라지는 것이 더 좋은 것은 아닐까.’ 어렴풋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2008년 지구온난화 포스터 <펭귄타워>        2009년 펭귄타워 실제 모형 제작              2008년 지구온난화 다국어 리스트


이후 다른 작업도 하였지만, 2014년 리펭구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다시 기후위기 이야기하는 펭귄 중심의 작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지구온난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가 되었다.

이젠 지겨울 수 있는 '지구온난화를 막읍시다'란 짧은 구호 안에는 너무나 강도 높은 변화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으며, 기후위기란 주제는 알면 알수록 어렵고, 복잡하고, 우울했다.

해결되지 않는 막막함과 싸운다는 느낌은 결국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는데..

내가 하는 일들이 과연 기후위기 극복에 필요한가? 또 다른 환경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지는 않은가? 이 작업을 계속한다고 기후위기가 끝날까?라는 근본적인 생각부터

진심으로 하고 있는가? 습관적으로 작업하는 것은 아닐까? 진정성까지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후위기 관련 다큐나 책을 보는 내내 심각하다고 느끼지만, 덮는 순간 아무렇지 않은 일상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기운은 자괴감까지 들었으며 항상 나약한 나를 탓하며 꾸역꾸역 해나가기도 했다.

이 단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내 마음이 왜 이런지도 몰랐다.

‘기후 우울증’

이 단어의 등장과 함께 주위에서도 ‘기후 우울증’ 이야기가 하나둘씩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친한 사람에게만 전했던 알 수 없는 나의 마음이 공식적으로 해소된 느낌이랄까. 작업 초반 강렬했던 나의 마음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지치기도 했고, 성취감은 오래가지 않았으며, 오랜 시간 심각하고 안좋은 기후위기 관련 정보를 접하니 자연스럽게 ‘기후 우울증’이란 것에 스며들었던 것 같다.


기후 불안(Climate anxiety), 기후 슬픔(Climate grief), 생태불안(Ecoanxiety)으로도 불리는 기후우울증(Climate depression)은 실제로 존재하는 우울장애다. 기후변화로 극심한 불안, 우울,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외쳐도 달라지지 않는 사회를 보며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를 의미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며 “막대한 정보량이 분명히 우리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젊은이들은 이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 많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이 더 많을 것이다. 기후는 우리 생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출처 : 서울경제 (2022.07.13.)



기후 우울증이든 슬럼프이든 극복하기 위해서는그렇다면 함께 작업을 하면 괜찮을까? 

그래서 2년 전부터 협업을 해보았다. 리펭구르의 작품은 주제가 명확하고, 고맙게도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기에 영상작업, 플라멩코 댄스, 음악 제작 등 다양한 작업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작가들과의 소통 방향도 좋았고, 또 다른 매개체로 확산 될 수 있다는 방법적인 측면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하지만 작품 협업은 예산과 서로의 노력이 없다면 지속적인 측면에서는 힘들었다.

또 하나의 시도로는 기후위기 연대 주제로 전시를 해볼까?였다. 

그 동안 환경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어린이 중심의 전시를 많이 진행해왔지만, 때마침 올초 청년 대상의 전시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주제를 연대로 잡아 보기로 하였다. '함께 나누는 대화'에서 서로 오고가는 주제 및 대화는 어려웠고, 해결책은 여전히 딱히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전시는 제한된 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리펭구르의 펭귄이 전달하는 스토리 플러스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적인(어떠한 형태든)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고, 우울한 뉴스이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행동해야 될 때이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연대, 협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명을 <허들링 프로젝트>로 지었다.

펭귄들은 극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극복해 가는 허들링(Huddling) 행위를 하는데 우리의 연대하는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전시나 활동할 때마다 공감해 주셨던 사람들을 믿고, 또한 한 사람이 변하면 주위 사람들에게도 영향이 끼치는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허들링 프로젝트> 전시 2023
친애하는 젊은이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물고 있는 위기 속 작은 펭귄입니다.
폭탄을 막기 위한, 즉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허들링 프로젝트>를
정중하게 제안하는 바입니다.
사실 저도 방법은 잘 모르겠으나, 머리를 맞대고 함께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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