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반려 동반 인생 광야 의기투합
길을 같이 걷든, 의기투합意氣投合해서 마음이나 뜻을 같이 때 동행한다고 한다.
길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통행하는 용도의 길이 있다. 역사나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를 언급할 때도 길이라 표현한다. 인생이 흘러가거나 나아갈 때는 길을 간다고 한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그 외의 다른 뜻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래도 동행이라고 하면, 뭔가 사람의 일과 관련이 깊은 느낌이다.
사람은 세상에 혼자 왔다가 홀연히 먼 길을 떠난다. 인생의 시작과 끝이 그러하다. 인생의 여정에서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항상 동행하는 이들이 있다. 부모 형제 같은 가족이 있고, 어린 시절이나 사회생활 중에 만나 함께 하는 친구가 있다. 특히 가정을 이루는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날 때, 동행한다는 의미는 더욱 커진다. 부부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 나누는 운명공동체로 인생의 여정을 함께 한다.
부부처럼 철학과 가치관이 서로 달랐던 두 사람이 만나 마치 한 사람처럼 살아가는 인생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같은 길을 걷다가 도중에 또는 마지막 목적지에서 갈리면 동행이라 하기 힘들다. 반려伴侶라고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려의 뜻은 '짝'이다. 짝은 반드시 한 쌍을 이룬다. 반려는 동행을 더 깊고 고상한 의미로 바꿔주는 말이다.
인생이 무엇인지 설명할 때 광야에 빗대는 말을 자주 듣는다. 광야의 모습을 본 건 사막을 본 게 전부다. 모래뿐인 넓은 땅에 선인장 몇 그루가 보일랑 말랑했다. 도로를 가로지르면서 눈에 들어온 건 그냥 황량한 땅뿐이었다. 몇 시간만 걸어도 금세 탈수와 열사병으로 생명 유지가 어렵다는 걸 겪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세상에서 생존하는 게 그만큼 어려워서 그런지 인생을 광야라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겉에서 보면 아무 문제 없이 탄탄한 대로를 걸어가듯이 형통亨通한 인생이지만, 여태껏 살면서 그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남모를 아픔과 근심거리를 누구나 짊어지고 살아간다. 인생이 평탄하지 않은 원인과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혼자 오롯이 감당하기 어려운 게 인생이 아닌가 한다. 그럴 때 말없이 옆에만 있어도 큰 힘이 된다. 동행의 가장 큰 효용 또는 가치이다.
지금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대다. 소중하게 지키면서 누려왔던 가치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소외된 군중이라는 표현이 만연한 시대, 자기중심적으로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진정 필요한 가치가 동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