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가족이니까
8~9월, 늦으면 10월 초까지 산에 가면 바닥에 잎을 매단 나뭇가지가 잔뜩 떨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예전에는 태풍 때문에 가지가 부러졌거나 못된 마음을 지닌 누군가가 일부러 잡아 뜯었다고 생각했는데(그렇다고 해도 너무 많기는 했지만) 이제는 범인을 안다. 범인은 바로 이 안에 있다! 도토리거위벌레가 범인이다.
사진의 주인공이 도토리거위벌레이다. 사진이 크게 나와서 그렇지 실제 몸크기는 8.5~10.5mm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녀석이다. 그러니 숲을 열심히 다녀도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 흔하지만 보기는 힘든 곤충이다.
사진을 보면 앞의 길쭉한 부분이 주둥이다. 주둥이 중간에 안테나처럼 달린 건 더듬이다. 더듬이 하면 대개 머리 윗부분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데 요 녀석은 입에 붙어있다. 생김새부터 범상치 않은 도토리거위벌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거위벌레 종류이다. 거위벌레는 목이 긴~게 특징이기에(사진 2 참고) 주둥이가 긴~ 도토리거위벌레를 보고서 '앗, 이건 바구미가 아닌가!' 할 수 있겠지만 바구미와는 또 다르다.
거위벌레, 도토리거위벌레, 바구미는 딱정벌레목-바구미상과(Curculionoidea)에 속한다. 바구미상과는 다시 침엽바구미과, 소바구미과, 주둥이거위벌레과, 거위벌레과, 침봉바구미과, 창주둥이바구미과, 별창주둥이바구미과, 턱바구미과, 왕바구미과, 벼바구미과, 바구미과로 나뉜다. 과의 이름만 봐서는 바구미들 사이에 거위벌레가 꼽사리를 낀 것처럼 보이지만 거위벌레도 종류가 무척 많다(기죽지 마라 거위벌레들아~).. 종류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서 안습이긴 하지만. 거위벌레와 도토리거위벌레는 소속도 다르다. 거위벌레(Apoderus jekelii Roelofs, 1874 )는 거위벌레과-목거위벌레속에 속하고, 도토리거위벌레(Cyllorhynchites (Cyllorhynchites) ursulus quercuphillus Legalov, 2007)는 주둥이거위벌레과-복숭아거위벌레족에 속한다(각주 1).
다시 도토리거위벌레로 돌아가자. 도토리거위벌레의 주둥이가 긴 이유는 종족번식을 위해서다. WHAT! 주둥이로 교미를 하는 거 아니냐는 창의적이고 막돼먹은 생각은 떠올리지 말자. 저 주둥이는 교미용이 아니라 알을 낳기 위한 것이니까. 그럼 주둥이로 알을 낳냐고? 신신애 선생님께옵서 세상은 요지경이라 하셨지만 그럴 리가 있나. 주둥이는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나뭇가지를 자르는데 쓴다. 수컷과 교미를 바친 암컷은 도토리 각두(모자처럼 생긴 부분으로 깍지, 깍정이라고도 한다)에 구멍을 뚫은 뒤 산란관을 집어넣어 알을 낳는다. 구멍을 잘 막은 어미가 나뭇가지를 쓱싹쓱싹 잘라서 바닥에 떨어뜨리면 출산 완료이자 올해의 종족번식 완료!
아래 동영상은 12분으로 좀 길지만 현란한 주둥이 사용법을 알고 싶다면 꼭 봐야 할 영상이다.
가을 숲에는 요 녀석들이 떨어뜨린 참나무 가지가 한가득 떨어져 있다. 저 가지에는 도토리가 달려있고, 그 도토리 안에는 뭐가 있다? 도토리거위벌레의 알이 들어 있다.
가을에 산에서 주운 도토리를 한동안 놓아두면 그 안에서 꼬물꼬물 기어 나오는 귀여운(?) 애벌레를 관찰할 수 있다. 구더기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이걸 보면 도토리묵을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쏙 들어갈 수도 있다(애벌레 사진은 검색하면 많이 나오기에 생략). 생태강사로 일할 때 가을 활동에서 빠지지 않았던 것이 도토리거위벌레 애벌레가 들어있는 도토리 찾기였다. 어느 산이든 누군가 싹 주워가버려 도토리를 찾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열심히 도토리를 찾아왔고, 가위로 잘라보면 대개 애벌레가 들어있기 마련이었다(애벌레야 미안!). 수업의 마무리 멘트는 늘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가 아니라 '먹지 마세요. 도토리는 동물들에게 양보하세요(도토리묵 해 먹겠다고 절대 주워가지 말자)'였다. 그러고 보니 생태강사를 쉬고 있는 올해는 도토리거위벌레 애벌레도 도토리도 못 봤네.
알에서 나온 애벌레는 내내 도토리 안에 있는 게 아니다. 도토리를 파 먹으며 벌크업 한 애벌레는 도토리에서 나와 땅 속으로 들어간다. 애벌레는 흙집을 짓고 그 안에서 겨울을 난다. 애벌레는 늦봄이나 초여름에 번데기가 된 상태로 한 달가량 있다가 드디어 성충이 되어 땅 위로 나온다. 이렇듯 도토리거위벌레는 생의 대부분을 도토리나 흙 속에서 지내기에 관찰하기가 더욱 어렵다.
알에서 나온 어린 애벌레는 곤충의 생애에서 가장 약할 시기이다. 이때 도토리거위벌레 애벌레는 도토리 안에 있기 때문에 천적의 해를 덜 입는다(기어이 이걸 먹겠다고 주워가는 인간이 문제다). 가을 숲 바닥에 나뒹구는 참나무잎들은 애벌레가 무사히 살아남기를 바라는 바라는 도토리거위벌레의 지혜를 보여준다.
인간에게는 차갑지만(도토리거위벌레는 도토리 생산량에 피해를 끼치므로 해충으로 분류된다) 내 새끼에게는 따수운 도토리거위벌레. 부처님에게도 따수운 가족이 있었다. 부처님의 가족을 알아보자.
6대조 감자甘蔗는 포테이토 감자가 아니다. 사탕수수를 말한다. 부처님의 조상은 사탕수수를 재배할 만큼 더운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감자왕에게는 여러 아들들이 있었고 왕위 계승에서 밀려난 5대조 니구라가 분가하여(주몽의 아들 온조와 비류를 생각해 보시라) 새로 터전을 잡다 보니 석가족은 점차 네팔 쪽으로 북상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부처님의 가족을 말하기 전에 한 가지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초기경전을 비롯한 여러 경전에 부처님의 가계가 기록되어 있는데 차이가 있다. 또한 남전, 북전에 따라 전승이 다르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계도는 꽤나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이다. 아래의 글은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스님이 쓴 <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불광출판사/2012년) 64쪽 가계도를 인용한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 '공식적'으로 출간한 <부처님의 생애>에도 부처님 가계도가 실려있는데 자현스님 책의 가계도와 상당히 다르다(둘 중 굳이 자현스님의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BTN <붓다로드> 애청자이기 때문이다. 즉 팬심 때문이다.) 그러니 네가 맞니, 틀렸니 하는 건 잠시 접어두고서 이 글을 봐주시길 당부드린다.
사자협에게는 네 명의 아들이 있고, 그 아들에게도 또 2명의 아들이 있었다. '붓다의 부친 세대와 사촌들이 4남四男 8 자八子라는 4진법 체계'로 되어있는 이유는 '붓다 당시의 4진법 체계가 불교에 수용'되었기 때문이라고. '4와 4의 배수들은 모두 완전성'을 나타낸다고 자현스님은 설명한다. 실제로 자식을 이렇게 깔맞춤 해서 낳지는 않았을 테고 이 외의 자손들, 예를 들면 부처님의 이복여동생 등을 언급하는 기록도 있다. 어쨌든 자현스님의 책에 의거하면 가계도는 아래와 같다.
정반(깨끗한 밥), 백반(흰 밥), 곡반(양식으로 쓸 밥), 감로반(감로수와 같은 밥). 이름에 다 밥 반飯자가 들어간다. 이를 통해 석가족이 벼농사를 지었고, 왕의 이름에 밥을 넣을 정도로 벼농사를 중요시했음을 알 수 있다.
정반왕은 마야부인과 결혼하여 고타마 싯다르타를 낳았다. 마야부인은 부처님을 낳고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을까, 부처님은 훗날 깨달은 뒤에 도솔천으로 올라가 어머니를 위해 3개월간 설법을 한다. 설법을 마친 부처님은 제석천이 만든 계단을 밟으며 지상으로 내려왔는데 이 계단을 삼도보계三道寶階라고 한다. 글만 봐서는 이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인가 싶지만 <불국기>를 쓴 법현 스님과 <대당서역기>를 쓴 현장스님은 이 계단을 직접 봤다고 한다.
삼도보계는 인도 상카시아에 있으며, 이곳은 불교 8대 성지 중 한 곳이다. 현장스님의 기록에 의하면 산카샤(상카시아) 국의 성 동쪽으로 20여 리를 가면 큰 사찰이 있을 정도로 불교가 성했던 이 지역은 천년도 더 지난 지금은 쇠락하여 초라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참배하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유적지에는 아쇼카 석주의 머릿 부분이 댕그러니 있고 그 옆에는 작은 사원이 있으며, 언덕 정상에는 힌두교 사원이 있다. 자현스님에 의하면 상카시아는 다른 성지들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서(상카시아에 가려면 1~2일을 더 잡아야 한다고) 성지순례를 해도 잘 안 간다고 한다.
돌아가신 마야부인을 대신해 석가모니 부처님을 키워준 건 이모 마하파자바티(마하빠자빠띠)이다. 대애도大愛道라고 하기도 한다. 마하파자바티는 부처님의 아버지인 정반왕(숫도다나왕)과의 사이에서 난다(난타)를 낳았다. 즉, 형부와 결혼했다는 말이다. 당시에는 흔한 일이었다. 마하파자파티는 훗날 석가족의 왕족 남자들이 죄다 출가해 버리자 자신도 출가하여 불교 최초의 비구니가 된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이복동생인 난다는 부처님 때문에 강제 출가를 하였다. 그것도 결혼식날에(경전에 따라 결혼식날이 아니라 결혼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라고 하기도 한다). 원래 난다는 출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는 절세미녀 순다리(자나빠다깔야니)와 결혼하기로 하여 마음이 한껏 들뜬상태였다. 결혼식과 함께 태자 즉위식도 거행하기로 하여 떠들썩하고 소란스러운 잔칫날에 갑자기 부처님이 나타나셨다. 난다는 부처님의 발우에 음식을 가득 담았지만 부처님께서는 웬일인지 난다가 올리는 공양을 받지 않고 처소로 돌아가셨다. 뻘쭘하니 부처님의 가시는 뒷모습만 보고 있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기도 뭣하고, 어쨌든 발우는 돌려드려야 하기에 난다는 부처님을 쫓아 머무시는 곳까지 갔다. 드디어 난다와 대면한 부처님은 의외의 말을 건넸다. 출가를 하라는 것이다.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감히 부처님 앞에서 싫다고 말할 수 없었던 난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출가를 하게 되었다. 아리따운 아내를 두고 강제로 출가하였으니 수행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아내를 보러 몰래 도망치려고 하기도 했다. 말로 타이르는 건 안 되겠다고 생각하셨는지 부처님은 난다에게 지옥을 보여주었고, 드디어 정신을 차린 난다는 열심히 수행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순다리도 나중에 출가하여 비구니가 됐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왜 굳이 싫다는 난다를 출가시켰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다양하다. 확실한 건 출가한 석가족들은 훗날 비유리 왕의 침입 때 살았고, 출가하지 않고 남은 이들은 거의 죽었다는 사실이다.
백반왕의 아들인 제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기록을 찾지 못해서 패스. 다른 아들인 발제(밧디야, 바드리아)도 다른 왕족들처럼 출가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범상치 않다.
곡반왕의 아들인 마하남은 부처님의 고향 방문 이후 석가족이 우르르 출가하자 자기네 집안에서도 누군가 출가를 해야 하지 않겠냐며 동생인 아나율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마하남이 자신이 출가할 테니 너는 그러면 가족도 돌보고 왕족들의 대소사도 챙기라고 하자 이 일을 귀찮게 여긴 아나율은 덜컥 자기가 출가를 하겠다고 선수를 쳤다. 둘은 어머니에게 가서 자신들의 결정사항을 알렸다. 아나율의 출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어머니는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하나 건다. 발제가 출가하면 너도 출가해도 된다고. 문제는 발제가 당시 왕이라는 것이었다. 아나율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왕이 출가를 할 거라 생각하지 못하리라. 그런데 반전! 발제는 출가에 대한 생각이 있었나 보다. 아나율이 같이 출가하자고 세 치 혀를 놀리자 발제는 당장은 힘들고 7년 뒤에 출가하겠다며 여지를 남긴다. 띠용~ 가능성을 본 아나율이 필사적으로 발제를 설득하자 7년이 6년, 5년, 4년으로 줄었다. 결국 발제의 입에서는 7일만 기다려달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7일 뒤 두 사람은 출가하게 되었고 이들의 소식을 들은 아난다, 제바달다와 이발사 우바리까지 몽땅 출가하게 되었다.
사촌인 아나율의 떼쓰기로 인해 출가하게 된 발제지만 출가생활이 잘 맞았나 보다. 그는 열심히 수행하였고 숲 속에 홀로 앉아 '아. 즐겁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이 말을 들은 몇몇 오지라퍼 스님들이 발제가 분명 옛날 왕이었을 때 즐겼던 일들을 회상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부처님께 일러바친다. 발제는 왕이었을 때는 항상 불안하고 마음이 불편했는데 출가하여 수행을 하니 마음이 너무 편하고 행복해서 나도 모르게 즐겁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하여 오해도 벗고, 부처님께 칭찬도 받는다(발제 1타 2피!).
발제가 출가하자 곡반왕의 아들 마하남이 왕이 되었다. 마하남은 꽤 괜찮은 왕이었던 것 같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하여 나라를 망하게 한다. 사연인즉 이렇다. 이웃나라 코살라국에서 석가족의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 석가족은 자신들은 귀한 종족이라 듣보잡 따위와 결혼하지 않는데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고 자기들끼리 화를 냈지만 국력이 딸려도 너무 딸려서 대놓고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에 마하남은 한 가지 수를 낸다. 자신과 여종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레알 진짜 공주라고 속여서 시집을 보낸 것이다.
코살라국의 진짜 왕과 마하남이 보낸 가짜 공주와의 사이에서 비유리 왕자가 태어났다. 어린 왕자가 외할아버지의 나라에 놀러 왔다가 일이 터진다. 부처님을 모시기 위해 지은 새 강당에 비유리 왕자가 쑥 들어가 부처님 자리에 털썩 앉아 버린 것이다. 비유리 왕자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석가족들은 '어디 천한 종년의 자식이 귀한 부처님의 자리에 앉냐'며 대놓고 욕을 했고, 모욕을 당한 비유리 왕자는 내가 커서 왕이 되면 석가족을 싹 쓸어버리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한다.
비유리 왕자는 결심한 건 잊지 않는 사람이었다. 훗날 왕이 되자마자 제일 처음 한 일은 원한 갚기, 즉 석가족을 멸망시키는 것이었다. 부처님께서는 비유리 왕이 전쟁을 하러 가는 길목에 떡하니 앉아 당신의 뜻, 전쟁을 멈추라는 뜻을 보였지만 비유리 왕은 아랑곳 않았고, 부처님도 과보를 막을 수 없음을 아시기에 더 이상 만류하지 않으셨다.
쳐들어온 비유리 왕이 석가족을 몰살하자 외할아버지이자 석가족의 왕인 마하남은 한 가지 소원을 들어달라고 말한다. 자신이 연못에 들어갔다 나오는 동안만이라도 석가족을 죽이지 말라고. 사람이 잠수를 해봤자 얼마나 하겠냐는 생각에 비유리 왕은 승낙하지만, 마하남은 연못에서 나오지 않았다. 연못의 풀에 머리를 묶어 익사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 동족들을 살려 왕으로서의 마지막 도리를 다 하였다. 마하남이 죽을 동안 도망친 얼마 안 되는 석가족들은 다른 곳에 정착하여 부처님의 종족은 명맥을 잇게 되었다.
아나율은 십 대 제자 중 한 명으로 천안제일 아나율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귀찮은 일을 하기 싫어 형 대신 출가한 아나율은 부처님께서 설법하실 때 자주 졸았다. 수행에 대한 확신도 의지도 부족하니 부처님의 말씀이 자장가로 들릴 수밖에(부처님께서도 요즘의 스타강사들처럼 요란하고 웃기게 설법하시진 않았을 테고 말이다). 이를 몇 번 보신 부처님께서 아나율을 불러 따끔하게 혼을 내셨다. 아나율은 이때 크게 발심하여 절대 잠을 자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자신의 결심대로 온 힘을 다행 수행하였다. 결국 그는 깨달아 아라한이 되었지만 너무 무리한 탓인지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육신의 눈은 기능은 잃었지만 대신 그는 마음의 눈을 얻었다. 온 세상의 일을 훤히 알 수 있고,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는 천안을 얻었기에 그를 천안제일 아나율이라고 부른다.
앞을 못 보는 아나율과 부처님과의 재미난 일화가 있다. 아나율이 옷을 꿰매려 하는데 실이 바늘에서 빠지고 말았다. '나를 위해 실을 꿰어줄 공덕을 쌓을 사람이 없으십니까?"라고 묻자 이때 누군가 나타나 그를 도와주었다. 바로 부처님이셨다. 아나율이 "부처님께서는 이미 공덕이 충분하신데 더 이상 공덕을 쌓을 이유가 있으십니까?"하고 묻자 부처님께서는 "세상에서 복을 구하는 사람으로 나보다 더한 사람은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제바달다와 아난에 대해서는 '4월, 밤나무혹벌'에서 자세히 썼으므로 (아난에 대해서는 다음기회에..) 패스. 부처님의 가족이니 아내 야소다라와 아들 라훌라에 대해서도 써야 하나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을 기약하는 바이다(숏폼의 시대에 긴 글은 죄악이라 하더이다).
8월에 썼어야 할 글을 11월에 쓴다. 도토리거위벌레 애벌레들은 벌써 알에서 나와 도토리를 야금야금 먹고 쑥쑥 자라서 이제는 땅속으로 들어갔을 터이다(운수 나쁜 애벌레는 도토리묵에 들어갔겠지...). 절집에서는 애타는 부모들이 내 새끼를 위해 간절한 수능기도를 준비하고 있을 테고. 어쩌면 11월도 5월 못지 않은 가족의 달에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겨울을 잘 넘겨 내년에 또 새로운 도토리거위벌레를 만났으면 좋겠다. 또한 이 겨울을 잘 넘겨 내년에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갈 청춘들을 만나기를 고대한다.
1.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생물종목록 III. 곤충, (인천:국립생물자원관, 2019)
1.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생물다양성, "도토리거위벌레," 2024년 1월 15일 접속, https://species.nibr.go.kr/home/mainHome.do?cont_link=009&subMenu=009002&contCd=009002&ktsn=120000018515
2-1. 왕바구미
이상헌, "'킹왕짱', 나비와의 눈맞춤, 한여름이 즐겁습니다," 오마이뉴스, 2022년 8월 2일 수정,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54430
2-2. 거위벌레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생물다양성, "거위벌레," 2024년 1월 15일 접속, https://species.nibr.go.kr/home/mainHome.do?cont_link=009&subMenu=009002&contCd=009002&ktsn=120000090609
3.전용훈, "도토리거위벌레 비상…시급히 방제 나서야," 에코타임스, 2013년 9월 3일, https://www.ecotig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7596
4. V&A, "Descent of Buddha from Trayastrimsa Heaven," 2024년 1월 25일 접속, https://collections.vam.ac.uk/item/O64919/descent-of-buddha-from-trayastrimsa-panel-unknown/
5. 백성호, "아집을 비우다. 절집서 채우는 마음의 평화," 중앙일보, 2010년 6월 17일 수정, https://www.joongang.co.kr/article/4247963#home
6. San Francisco Zen Center, "Sewing Buddha's Robe," 2024년 1월 15일 접속, https://www.sfzc.org/offerings/deepening-practice/sewing-buddhas-robe
1. EBS 컬렉션-사이언스, "숲 속의 나뭇가지는 누가 잘랐을까? 도토리거위벌레,' 2021년 12월 18일, 동영상, 12:12, https://www.youtube.com/watch?v=zwMrtSUG8xQ
1. 자현 스님. 자현 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 서울:불광출판사, 2012.
2. 현진 스님. "현진 스님의 어원으로 보는 불교 - 45. 정반왕과 백반왕" 법보신문. 2019년 12월 3일. 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247
3.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생물종목록 III. 곤충. 인천:국립생물자원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