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에필로그
오랜 기간 상담을 하면서 인간이 선사하는 경이로움에 놀라게 됩니다. 내담자의 깊은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마음이 데일 듯 아려오지만 그 과정을 끝내 이겨내는 강한 회복력을 보면서 상처 이면의 인간의 위대한 아름다움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상담은 절대적인 가해자도, 절대적인 피해자도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과정입니다. 또한 나는 무력한 존재가 아니며 내가 가진 영향력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인지시켜줍니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 내 의식의 변화로 삶에서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고, 지금껏 웅크리고 있던 내면과의 화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상황이 그랬구나. 내가 못나서, 내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구나.’
더 이상 분노할 필요도 없고, 더 이상 슬픔 속에 묻혀 살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인간은 단단한 내면의 회복력을 만들어갑니다. 상처에 둘러싸여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가치가 마음으로 이해되고 온몸에 채워지면 세상을 향한 관점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상담은 저에게 많은 감동을 줍니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와도 ‘저건 상처가 만들어낸 거야. 저 안을 들여다보면 저 사람만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 가능성, 힘, 저 사람만의 무언가가 있을 거야’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나와의 관계도 상담과 마찬가지입니다.
본연의 가치를 스스로 존중하지 못하면 세상이 내린 잣대로 그 의미가 굳어집니다. 어려운 일인 것 같지만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 있더라도, 달라진 시선 하나로 삶의 희망은 새롭게 재생됩니다.
“당신은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고, 그럴 만한 힘을 가진 강력한 존재입니다.”
내 안에 깃든 고유의 소중함을 찾고 세상 속에서 그 힘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브런치에 수록한 글들은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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