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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May 26. 2024

나의 독일 장바구니, 요거트와 뮤즐리

3. 요거트와 뮤즐리


 독일에 온 지 어느덧 5년 차가 되었지만 나는 5년째 변함없이 매일 같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한국에선 아침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일이 잘 없었는데 이상하게 이곳에 오고 나서부터 턴 아침을 거르고 시작하는 하루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건강에 좋은 뮤즐리는 맛도 좋아서 아침부터 과자 먹는 기분도 낼 수 있다. 상큼 달달한 간식이 먹고 싶은 마음을 뮤즐리와 제철과일로 채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한국에서 그릭요거트가 유행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 꾸덕꾸덕한 질감이 너무도 궁금해 온갖 요거트를 모두 시도해 보았다. 그리스식 요거트라고 적힌 건 많았지만 내가 기대하던 제품은 찾을 수 없었다. 그중에 찾은 게 아이슬란드식 요거트SKYR. 묽지 않고 약간 뻑뻑한 질감을 가진 이 제품은 이렇게라도 한국의 유행을 맛보고 싶었던 내 입맛을 만족시키기엔 충분했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 먹고 난 뒤에 참 든든하다.


 베이스가 되는 요거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토핑이다. 초콜릿이 먹고 싶을 땐 초코칩이 들어간 뮤즐리를, 바삭한 견과류가 먹고 싶다면 견과류가 들어간 뮤즐리를 골라 넣는다. 그래서 집엔 최소 3개의 뮤즐리가 항상 구비되어 있는데, 요즘 내가 푹 빠진 제품은 Mymuesli(마이뮤즐리)라는 회사의 스트로베리 치즈케이크 맛. 안에 바삭바삭한 핑크색 쿠키와 치즈초콜릿 조각이 들어있는데 정말 간식을 먹는 느낌이 들어도 뮤즐리니까 괜찮겠지 하면서 죄책감이 덜어진다. 좀 더 다양한 맛을 시도해보고 싶긴 하지만 한번 꽂힌 건 기본 1년은 먹는 성격이라 당분간은 이 맛에 머무를 것 같다.

 이 회사의 제품은 맛도 맛이지만 패키지 디자인이 예뻐서 항상 눈이 간다. 시즌마다 다른 디자인의 패키지로 제품을 출시해 수집욕구까지 불러일으키는 아주 똑똑한 회사. 부활절 시즌에는 토끼가 그려진 패키지에 토끼 초콜릿이 든 뮤즐리를 판매하고 크리스마스엔 계피과자를 넣은 제품을 판매한다. 요즘엔 축구가 한창이라 그런지 축구선수들의 얼굴이 그려진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었다. 이런 아이디어도 너무 좋고 일반 매장에 파는 뮤즐리보다 당류가 확실히 적어서 장바구니에 담을 수밖에 없다.


 뮤즐리를 먹은 뒤 뒷맛을 책임지는 제철과일. 요즘같이 햇빛이 뜨거운 날이 오면 냉동과일을 애용한다. 블루베리 딸기 같은 것들은 3일만 냉장고에 둬도 곰팡이가 피기 때문에 강제로 빨리 해치워버려야 하는 것이 항상 아쉬웠다. 냉동과일은 왠지 모를 편견 같은 게 있어서 한 번도 사본적이 없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싱싱한 일반 과일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뮤즐리에는 꼭 아이스아메리카노도 따라와야 한다. 나는 여름에도 손발이 찬 사람임에도 사계절 내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꼭 마셔야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 들어, 마시는 걸 포기할 수 없다. 예전엔 캡슐 커피머신도 썼었고 인스턴트커피도 마셔봤지만 나에겐 필터커피가 제일 잘 맞았다. 사실 맛은 캡슐커피가 더 좋긴 하지만, 하루에 내가 섭취하는 커피의 양이 너무 어마무시해서 캡슐값을 감당하기엔 유학생의 지갑은 너무 초라했다.

그 때문에 잠깐 인스턴트커피에도 눈을 돌렸지만, 캡슐커피를 맛보고 난 뒤의 내 코와 입은 그것을 커피가 아닌 물로 인식했다. 몸에 카페인이 들어온 건 확실한데 맛이 충족되지 않으니 좀 이상하고 짜증 났다. 그렇게 정착한 것이 필터커피. 내가 원하는 맛과 향의 원두를 직접 고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도까지 스스로 맞출 수 있으니 내겐 딱이었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렇겠지만 나는 산미 있는 원두를 싫어해서 항상 초콜릿향이 풍기는 고소한 것을 고른다.



나의 아침식사 영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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