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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스포인트 Sep 22. 2022

난 좀 잘될 것 같아.

오늘 강아지와 공원을 산책하던 내 입에서 이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행복하다.”


그랬다.

난 남들 일하는 시간에 여유롭게 하는 산책도, 글 쓴다며 빈둥대는 시간도.

요리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 것까지 그 모든 게 좋아졌다.


살면서 내가 이렇게 긍정적으로 살았던 적 있던가.

과거 전 남친에게 투덜이란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난 이 세상 모든 게 불만인 사람이었다.


반백수 프리랜서가 되고 보니, 세상 사는 게 이리도 행복해질 줄이야.

(아직 통장에 돈이 있어 그런가. 점점 잔액이 줄어지면 불안하겠지.)


물론 글쓰다 막히면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싶어 괴로워진다.


그럴 땐 산책을 한다.

이걸 브류잉 효과라고 하나.

다른 일을 하다 보면 내 무의식이 알아서 적절한 시기에 답을 내놓는다.

그러면 막혔던 글이 술술 풀려 또 나는 글 쓰는 걸 재밌어한다.


백수가 된 지 이제 한 달 조금 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꾸준히 운동하고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썼다.

놀랍게도 직장에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살고 있다.


아무래도 나, 백수가 체질인가 봐.


삶에 여유가 있다 보니 내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마구마구 솟아나고 있다.


“난 좀 잘될 거 같은데?”


12월에 런칭할 지금 쓰는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보았다.

생각보다 재밌어서 깜짝 놀랐다.


‘오. 링스포인트. 너 좀 쓴다?’


스스로에게 잘했다며 다독여주었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내가 쓸 미래의 글이 더 재밌다며 킥킥대고 있을 거다.


긍정적인 마음이 재밌는 글을 쓰게 이끌어 주는 건지.


지금 쓰는 글을 마무리하기 전, 이제 슬슬 새로운 글을 써서 투고를 돌려봐야겠다 싶었다.

계약이 계속 잡혀 있어야만 마음이 놓일 거 같아서.


만약 몇 달 뒤 런칭한 글의 반응이 별로라면, 이렇게 생각하며 회피할 수 있잖아.


“괜찮아, 전 글은 별로였어도. 이번에 쓰는 글은 더 반응이 좋을 거야.” 하고 말이다.

긍정적인 게 아니라 너무 무책임한 건가? 하하.


어떤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 있다.

걱정은 뇌에서 감정과 기억을 주관하는 팝피츠 회로가 자극된 결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불어난다고.


그래서 걱정 말고 행복을 불려보기로 했다.


나는 내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작은 성취감과 손톱만큼의 행복.

매일 매일 성취감과 행복이 쌓이다 보면 뭔가는 이뤄내겠지.


그럼 이쯤 해서 오늘 내가 찾아낸 행복을 여러분께 공유해보고자 한다.


오늘은 산책하다 벌어진 일이다.


누군가 싱싱한 방울토마토 하나를 바닥에 흘려놓은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의 강아지 운동이는 이를 입에 물고 신나게 날 쳐다보지 않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길 운동이의 발걸음이 어찌나 신나고 가볍던지. 지켜보는 내내 웃음이 났다.

크기가 커서 그런지 씹거나 삼키지도 못한 채, 조심스레 내 눈치만 보며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이 아주 귀여웠다.

버리기엔 너무 싱싱했기에 씻어서 칼로 조각내 강아지에게 내어주었다.

그랬다.

내 강아지는 스스로 먹을 간식을 밖에서 찾아오는, 아주 자랑스러운 능력이 있는 놈이었다.


강아지도 자기 먹을 건 알아서 찾아오는데.

반백수인 나는….


아, 아차. 긍정적으로 살기로 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자괴감 자책 따위 금지!


오늘의 행복 포인트.

내 강아지는 능력 있고 아주 귀엽다.

그것만으로도 살만한 세상이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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