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늦은 가을날부터 이별, 이별이 이어졌다. 잠시 잠깐의 헤어짐이 아니라 저세상으로 떠나가는 긴 이별이었다. 마음이 많이 아팠고, 눈물을 많이 흘렸고, 지나간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분당에 사시는 시외삼촌은 내게 매우 특별한 분이셨다. 숙모님은 교사 출신이어서 나를 챙겨주시고, 시집살이하는 나를 위로해 주시던 분이셔서 편했지만, 삼촌은 내게 호감을 갖고 계시다는 걸 숙모님께 들어 알고 있었어도 뵐 때마다 그리 편하지는 않았던 분이셨다. 그러다가 삼촌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다. 삼촌은 나의 아동문학 등단 소식을 시어머님 생신날 아주버님의 자랑으로 알게 되셨고, 나를 당신의 옆자리에 불러 앉히셨다. 등단한 나를 자랑스러워하셨고, 어깨를 두드려주시며 이것저것 물으셨다. 가시면서도 내 등단 책을 가져가고 싶다고 하셔서 형님 댁에 있던 책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알게 된 외삼촌의 '말기 암'소식에 마음이 아파 시어머님을 모시고 남편과 함께 삼촌댁을 종종 찾아뵈었다. 어렵게 느껴졌던 그분의 카리스마는 어느새 따스함으로 내게 다가왔고, 그 긴 세월 동안 나눈 대화보다 더 많은 대화를 몇 번의 만남 동안 나누게 되었다. 2012년 10월 하순, 우리와 같이 여행을 가자는 전화를 받고 우리는 그분과의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삼촌과 숙모님, 그리고 그분의 맏아들 가족과 함께 시어머님을 모시고 남편과 함께. 여행지는 산정호수였다. 말로만 듣던 산정호수와 주변의 단풍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1박 2일의 여행 동안, 삼촌은 식사 시간 외에는 거의 누워만 계셨고, 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으셨다. 선하고 따스했던 미소, 그것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삼촌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남편이 말했다. 이 여행이 삼촌과의 마지막 여행이 될지 모르겠다고.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12월을 맞으며 우리는 삼촌을 먼 하늘나라로 보내 드렸다.
가시는 길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삼촌께 고백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사셨던 당신은 참으로 멋진 분이셨다고. 나도 삼촌처럼 열심히 살고 싶다고. 그리고 몇 년 후 나의 시어머님도 말기 암으로 이 세상을 떠나셨다. 이런저런 이별을 겪으며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하늘이 허락한 삶, 하늘이 허락한 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 그리고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