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의 열여덟 생일이었을 때 문득 떠올랐다. 시어머님이 우리 막내딸과 같은 나이에 결혼을 하셨다는 사실이. 그날 밤 난 마음이 몹시 아팠다.
시어머님은 그 어린 나이에 얼굴도 한 번 보지 못한 남자와 결혼을 했다. 시집을 가서 보니 남편은 귀가 잘 안 들리고, 말이 어눌한 사람이었다(그런 상태인데도 군대를 세 번이나 다녀오셨고, 만신창이의 몸으로 돌아오신 후에 시아버님은 청각을 완전히 잃으셨고, 평생 심한 수전증으로 고생을 하셨다)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했지만, 예쁘고 똑똑하고 자존심 강한 시어머님은 마음의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 친정 부모님을 많이 원망하기도 하셨단다. 왜냐하면 병든 남편과 삼 남매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님의 삶은 매우 힘겹고 고단했기 때문이다.
시어머님 따라 우리 부부가 아직도'아기'라고 부르는 스물네 살인 막내딸과 하늘에 계신 시어머님의 얼굴이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