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물어물어 연락처를 알아낸 모양이다.
"선생님, 저 은주예요. 제가 맹장수술로 입원해 있었을 때 선생님이 매일 병문안 오신 거 기억하세요? 몸은 아팠지만, 전 그때 너무나 행복했어요. 아마 그 기억으로 제가 간호사가 되었나 봐요."
헤어진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 아이의 얼굴과 목소리가 바로 떠올랐다. 하지만 병문안을 갔던 건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학교 근처에 병원이 있으니, 퇴근길에 매일 들렀던 것 같다.
기억엔 없지만, 아픈 아이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니 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진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니, 정말 초등 교사의 역할은 생각보다 꽤 크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그 제자는 아픈 환자들을 돌보며 오늘도 그들을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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