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서부터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면서 내 마음속의 불만 하나는, 가난이 아니었다. 늘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집안 분위기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리 정돈을 잘하던 친정엄마의 생활습관과 말끔한 아파트에서 살다가 시집을 온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안 되었지만, 되도록 내색하지 않았고, 가난한 며느리답게 살았던 것 같다.
어머님과 오래 살다 보니 나 또한 어머님 습관과 비슷해졌다. 쌓아두고, 늘어놓고,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가 점점 어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는 눈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친척들이 모이는 날에는 대청소로 맞이했지만, 되도록 내 손님은 초대하지 않고 살았다.
내면의 복잡한 마음과 어르신 모시고 사는 막내며느리의 삶에서 나는 평화가 많이 깨져있었고, 탁한 에너지로 하루하루를 살았기에 늘 몸이 아팠고 자주 입원을 했다. 그때는 내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것인 줄 알았는데, 명상과 내면 공부를 하다 보니, 내게는 나만의 쉴 공간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비록 몸은 아팠지만, 아무 신경 안 쓰고 오로지 내 몸만을 살피는 그곳! 병원은 내 내면의 도피처였던 것이다.
지침, 힘듦, 복잡함, 화.. 이런 감정들이 내 안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을 때, 우리 집은 늘 어수선했고, 누가 갑자기 찾아온다고 연락이 오면, 비상상황이 되어 난리를 치며 대청소를 해야 했다. 그러고 나면 손님이 다녀간 후에 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렇게 살아오던 내가 언젠가부터 변하고 있었다. 남에 맞추던 삶에서 '내 삶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는 간단한 그 진리를 깨달은 후였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니 삶이 너무나 편하고 자유로워졌다. 사람이, 모임이, 관계가 그렇게 심플할 수가 없었다. '세상은 아름답고 좋은 거'라고 믿었던 생기발랄했던 30년 전의 잘 웃던 그녀로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누군가 방문한다는 연락이 오면 나는 바로 오케이다. 항상 정리 정돈이 되어있는 이 포근한 공간이 내 집이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나의 작업 공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쉬다 가는 곳! 그래서 집 안을 둘러보면서, 이 집에 대해 "고마워, 고마워"라고 자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