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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곰 Jun 17. 2023

[순간의, 스위스 #3] 시차-적응, 취리히


스위스에 도착한 지 3일 째, 내 몸은 여전히 서울에 두고 온 많은 것들을 기억하려인지 그곳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 출근 시간 즈음인 이곳 시간 새벽 1시 즈음에 갑자기 잠에서 깨고 말똥말똥해지는 나. 이것이 바로 노예를 아는 몸이 된 것인가 싶은 마음에 서둘러 명상 어플을 켠다. 





어플에선 천천히 몸을 이완하고 4초 간 들이 마셨다 5초간 숨을 멈추고 7초간 깊게 숨을 내쉬어 보란다. 또다시 열심히 호흡에 집중한 나는, 본질 대신 ‘초수’에 집착한 나머지 4초 맞나? 7초보단 짧은 내뱉음이었나? 생각하다 더욱 더 말똥해진 정신과 마주한다. 그리고 명상 가이드에서 흘러나오는 선생님의 목소리.



”늘 모든걸 열심히 하시려는 분들은 이 초수를 정확히 지키려다 오히려 잠에서 깨실 지도 몰라요.“






아이고, 새벽 한시부터 내 본질을 보지도 못한 시공간 너머의 명상 선생님에게 간파당하다니! 목적이 이끄는 삶은 커녕 열심하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삶을 살아온 나를 꼭 닮은 명상 가이드에 결국 웃음이 터져 밤을 새우고 말았다. 토막잠을 자다보면 꼭 꾸는 나쁜 꿈들은 덤.




이렇게 며칠을 밤낮이 바뀌어 살다보니, 사실 너무 피곤해서 뭘 봐도 감흥이 별로 없어진 기분이다. 산은 산이고 - 안산 아니고 알프스인데! - 물은 물이요 - 새파랗게 떨리는 이 빙하수의 흐름을 보고도 창릉천 같이 보이는 기분! - 의 경지는 결국 몸의 피로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세상 만사 다 그렇겠지. 쉬라고 할 땐 열심히 말고 하고싶은 대로 편히 쉬고, 열심히 할 땐 항상 목적과 ‘그냥 함’이 뒤바뀌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것. 결국 밤새 나는 또 생각에 잠긴다.




이 지독한 시차 적응은 언제쯤 그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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