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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구르다 2025, 경칩 편
소식지 구르다 |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여든한 번째 장
동다헌 앞 차밭 구석에 서 있는 삼십 년쯤 된 소나무 가지를 자르려고 나무에 올라가 톱질하다가 그만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옆구리가 결려 한밤중에 잠이 깨어 일어나 앉아 생각합니다.
지난 세월 그저 자연으로 서 있었을 뿐인 소나무를 그늘진다는 이유로 상처 내었구나.
서른 해 전이면 1995년쯤인데, 지나온 내 삶은 어땠나.
사람끼리 모여 만든 이론과 가치를 틀 삼아 저절로 있는 것들을 마구 해치고 수탈하고 죽여 온 것은 아닌가.
성장이니 발전이니, 잘살아 본다는 미혹에 속아온 게 아닌가.
쑥쑥 아려오는 것이 옆구리인지 뒤늦은 마음인지.
새로운 깨달음이 눈 뜬다는 경칩 날,
차 마시다가 조그맣게 고백해 봅니다.
2025년 3월 5일,
정 동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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