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라는 영어단어는 2가지를 뜻합니다. 하나는 화학공장을, 또 하나는 식물을 혹은 식물을 심다 라는 동사를 의미하지요.이 글에서 화학공장인 플랜트를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식물을 흑백의 수묵화로 그려내듯 화학공장을 그리는 도면이 있습니다. 공장을 2차원으로 표현하는 도면을 바로 P&ID (Piping & Instrument Diagram)이라고 합니다. (공정)엔지니어는 P&ID에 화학공장의 줄기가 되는 배관과 점검판이 되어주는 계기를 그려넣는데요. 이를 테면 배관 직경(지름)이나 점검판의 설정된 값 그 외에도 상세한 정보들을 적어줍니다.
그림 그리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려주시는 전문 엔지니어도 따로 있는데요. 보통 드래프터 (Drafter)라는 표현을 씁니다. 엔지니어는 드래프터에게 이렇게 그려달라고 작업 요청을 하고 엔지니어는 작업된 도면을 검토하지요.
이렇게 완성된 도면은 어디로 갈까요? 바로 고객사인 화학회사로 가게 됩니다. 실제 공장의 주인은 화학회사 이니까요. 드래프터, 엔지니어 그리고 공장주 이렇게 세 회사가 힘을 합쳐 완성한 도면을 가지고 유관 부서의 엔지니어들이 더 자세히 파헤치게 됩니다.
완성된 도면이 공정엔지니어로부터 왔다는 이유로 많은 질문의 화살이 공정엔지니어에게 쏠리게 되는데요. 도면 안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정보들에 대한 물음으로 공정엔지니어들은 필연적인 야근을 하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공정엔지니어가 다른 부서의 엔지니어보다 급여를 더 많이 받는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짊어지는 무게가 크기 때문 아닐까 싶네요. 물론 한국에서는 모든 엔지니어가 같은 급여를 받습니다. (하하)
드래프터 혹은 공장주 혹은 유관부서를 상대하며 일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니 이렇게 글이 장황해졌는데요. 문득 다른 업종들은 어떤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업무가 흘러가는지 궁금해집니다.
어떤 회사에 소속되어 있던지 간에 접점이 되는 타부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인데요.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일하다보니 타인의 시간을 배려하는 사람이 일도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일을 적게 떠안으려는 이기적인 마음 보다는 먼저 타인의 시간을 배려하는 태도로 대하는 것이죠. 요즘 도면을 공장주에 제출하고 타 부서 엔지니어들과 마주하며 이 지점을 더 고민하며 새치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어떤 것이 맞는지 여전히 갈팡질팡 하는 중이지만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으로 이 아름다운 공장을 그려나가 볼 생각입니다. 하, 거 참 어렵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이 어려우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