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곤쌤 Sep 30. 2022

말로부터 자유를 얻는 순간



말하기를 배우는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배울수록 어려워하는 이유는 대부분 같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죠. 어쩌면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들의 공통된 힘듦이지 않을까요. 그렇게 성장 슬럼프가 찾아옵니다. 말을 직접 하기보단 보고 평가하는 쉬운 길을 가기 시작합니다. 말하기는 특히나 평가할 소스들이 많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이 말하기니까요.



'쟤는 말이 너무 개념적이다. 이런 비유를 쓰면 좋을 텐데'

'쟤는 혼자만 말하네. 질문하면서 소통 좀 하지'

'왜 저렇게 재미없게 말하지. 좀 더 현장감 있게 해 봐'



가 그랬습니다. 머릿속에서 나만의 재미, 전달력, 현장감 같은 항목의 평가표를 만들어서 상대의 말을 평가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입은 닫혀만 갔고 말하기에서 구속되어갔습니다. 평가의 늪은 생각보다 깊었습니다. 말하기를 배울수록 말하는 자리를 피했죠. '내가 평가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나를 평가하겠지'라는 생각에 잠식되어갈 때쯤 자유가 찾아왔습니다.



그 늪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수업 제안'이었습니다. 지식은 늘어가고 평가를 하다 보니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추가적인 수입이 생긴 것에 만족하며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때부터 '말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말을 하며 내 부족함과 끊임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지옥 같은 수업 시간도 있었습니다. 할 말이 끝났는데 수업시간이 30분이 남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 30분을 무슨 말로 채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저를 지배하게 된 생각은 '내가 누굴 평가해'였습니다. 심지어 나보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학생으로 수강을 하고 있으면 화장실로 도망가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각자의 말하기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말하기 스킬 하나 쓰지 않고도 무슨 말을 전하려는지 느껴지는 사람이 있고, 완벽한 구성과 스킬에도 전달이 안되기도 했죠. 저만의 말하기 기준을 두고 평가했던 것입니다. 기준이 생기면 판단합니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꺼낼 수 있는 사람이 말하기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기준을 없애는 것입니다. 음역대가 베이스인 목소리로 고음을 내라고 한다면 그는 평생 고통만 받죠. 제대로 된 보컬 트레이너는 사람에게 맞는 톤을 찾아주는 사람입니다. 상대가 가진 진짜 말하기 매력을 발견하고 적합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선생이 되는 것말하기에서 자유를 얻는 순간은 '사람들의 말하기를 평가하지 않는 순간'부터 찾아옵니다.



                    

이전 16화 당당하게, 단단하게, 달달하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