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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May 10. 2024

그녀와 막걸리 (3)

그녀와

쌍계사계곡에 자리 잡고

도토리묵과 동동주를 주문했어요

도토리 색은 같으나 진짜는 아니라고

그녀는 실눈을 뜨며 입꼬리를 샐룩거리더군요

-먹어. 어차피 진짜는 묵이 될 수 없어

다른 생이라도 이건 슬픈 말이야-

진짜인적이 없던 나는

입을 가리고 소리 없이 삼키는데,

울컥 목이 메었어요


쓸 만한 종이컵 하나

다른 생에서 왔는지

우쭐우쭐 흘러와

공연히

담배를 물고 쭈그려 앉은 사내의

구두 끝을 건드려 보더군요


사내는 비벼 끈 꽁초를 종이컵에 쑤셔 넣고

눈길 한 번 없이 일어서는데,

계곡물은 흐르던 대로

바람은 방향이 없고

실없는 인연에 꽃잎 하나 붙이고

종이컵은 가다 서고 가다 서고


나는

종이컵을 건져내어 무심히 구겼네요

멀리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재즈 같은 염불이 생을 넘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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