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쌍계사계곡에 자리 잡고
도토리묵과 동동주를 주문했어요
도토리 색은 같으나 진짜는 아니라고
그녀는 실눈을 뜨며 입꼬리를 샐룩거리더군요
-먹어. 어차피 진짜는 묵이 될 수 없어
다른 생이라도 이건 슬픈 말이야-
진짜인적이 없던 나는
입을 가리고 소리 없이 삼키는데,
울컥 목이 메었어요
쓸 만한 종이컵 하나
다른 생에서 왔는지
우쭐우쭐 흘러와
공연히
담배를 물고 쭈그려 앉은 사내의
구두 끝을 건드려 보더군요
사내는 비벼 끈 꽁초를 종이컵에 쑤셔 넣고
눈길 한 번 없이 일어서는데,
계곡물은 흐르던 대로
바람은 방향이 없고
실없는 인연에 꽃잎 하나 붙이고
종이컵은 가다 서고 가다 서고
나는
종이컵을 건져내어 무심히 구겼네요
멀리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재즈 같은 염불이 생을 넘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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