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자락에서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를 사실 난 모릅니다.
검색하면 나오겠지요. 그것이 이유라면 좀 우습습니다.
오늘은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를 촬영한 운흥사를 다녀왔지요.
진달래가 울컥울컥 핀다는 비슬산 자락에 벚나무 두 그루가 지키는
작은 절이지요. (예전의 절이 훨씬 좋았습니다만)
오늘은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걸어 오르는 산길에서
저수지로 날아드는 한 무리 새들을 보았습니다.
언젠가 그는, 새는 자유를 향해 날갯짓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유가 어디에 있는데?
내가 물었을 때 그는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자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알지 못하는 그것이 자유일지 모르겠습니다.
새는 경계를 모를 뿐,
자신을 인정해 달라 아우성대지 않을 뿐,
먹이를 갈구하는 하루는 새나 나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언어에 의한 개념적 정의가 언제까지 진리인 적이 있었습니까?
그런데도 그는
퍽이나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훌쩍 날개를 펴고 날아갔습니다.
그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모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떼의 새들이 다시 날아오릅니다.
나는 정확한 그들의 학명을 모릅니다.
새들에게 자유가 있거나 말거나,
바라보는 나의 눈이 자유롭다면
새들은 더욱 자유로웠을 겁니다.
달마는 왜 동쪽으로 가게 되었나요?
천천히 대답하여 주세요.
나는 생각합니다.
나는 내 안으로 돌아갑니다. 그곳에 자유가 있다고 믿습니다.
자유가 없어도 나는 살만합니다.
우산이 있어서 걷기가 좋았습니다.
우산도 없이 날아야 하는 새를 두고
헛소리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시인의 말대로 진달래 울컥울컥 피는,
동쪽으로 향한 스님의 뒤로 벚꽃 날리는 계절에
다시 운흥사를 찾을까 합니다.
그건 내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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