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는 늘 여신이나 인간 여성들과 불륜을 저지르고
헤라는 그 제우스를 감시하고 그의 애인들을 괴롭히는 정도로 나와 있지요.
그러나 헤라에게도 아픔이 있답니다.
사실
헤라는 정실부인도 아니었습니다.
제우스가 자신의 아내이며 지혜의 여신인 메티스를 잡아먹어 머릿속에 가두고
누나인 헤라를 꼬드겨 결혼을 한 것입니다.
그 후에도 제우스의 바람기는 유명하잖아요.
그런 주제에 마누라 바람피우는 꼴은 또 그냥 넘어가지 못하지요.
익사온은 인간이었지만 신들과 가깝게 지냅니다.
헤라를 아마 신들의 동호회에서 만났겠지요.
익사온은 헤라에게 연민을 느꼈을 겁니다.
그녀는 정숙하면서도 상냥하였습니다.
작은 새 한 마리에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연약하고 감성이 풍부하였습니다.
(제우스가 바로 이 점을 이용하여 헤라를 정복한 것 아닙니까)
아름다운 그녀였지만
남편 제우스로 인해 수심에 차 있는 그녀의 모습은 애처로웠을 겁니다.
이 순진하고 우직한 인간 익사온은 그만 사랑해선 안 될 그녀를 사랑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을 눈치챈 제우스는 구름으로 헤라를 만들어
익사온으로 하여금 동침하게 하고
그것을 구실로 익사온을 영원히 불타는 수레바퀴에 묶어버렸습니다.
영원히
달에는 토끼가 방아 찧고
해에는 익사온이 묶여서 돌고 돕니다.
.
익사온은 아직도 헤라를 사랑할까요?
그 사랑은 절박하고 간절했을까요?
헤라는 익사온을 사랑했을 까요?
불타는 익사온을 보며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요.
정숙과
순결의 여신 헤라는
밤마다 눈물로 은하수를 만들어 타는 수레바퀴의 흔적을 제 가슴으로 흐르게 합니다.
바람과 안갯속에서 살과 뼈를 내려놓고 한없는 대지에 기대어 울고 있습니다.
때로 나는 밤하늘 깊은 곳까지 걸어가
헤라의 손을 잡아주지만
여신의 손은 냉정하고 가지런하기만 합니다.
구름을 사랑하고
바람을 사랑하는 일
보이지 않지만 끝없이 굴러가는 수레바퀴에 매달려
사랑의 이름으로 화들짝 놀라버리는 일.
익사온 그대여,
불륜이었으므로 여전히 짜릿한지 묻고 싶은 날.
시를 쓰려면 그대처럼 하라는 말씀에 사실은 동의할 수 없던 밤.
시는 불타는 것이 아니다
시는 물 타는 것도 아니다
시는 시, 혼자서 놀 때 제일 아름답다고 괜히 소리 지르고 싶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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