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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Sep 01. 2024

그 자리

그 자리


턱을 괴고 창밖을 본다
참새 두 마리
거품 한 모금씩 낚아
어지러운 골목으로 사라지고
어둠 끝 남녀의 머리 위로
쉘브로 붉은 글자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창 너머 

허공에 매달린 나무에게
한 잔 건네고 싶지만

나무 끝은 모조리 잘려

내가 없는 방향으로 뒷걸음질이다


뻔한 것들은
괜스레 요란스럽다

발끝을 달싹거리는 사이
풍경은 이미 먼 곳
잔은 한없이 비워지고 나는 채워지지 않는다

아직도 묻고 싶다

어떻게 멀어진 채 잠들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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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음악을 들은 날, 그래서 평온하였다면 성공적인 날. 이 것은 일기가 아니므로 그날이 오늘은 아니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날 중의 하루이다. 만약, 끝나야 한다면 오늘이어야 한다. 내일도 여전히 허공 속에서 발을 허우적이는 날이 될 것이라는 예감. 그것이 맞다면 그날은 어제였으면 한다.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별은 날마다 진다. 나의 외로움은 당신 탓이 아니다. 걸어야 하는 짐승으로 태어난 운명일 뿐. 다만 너의 노래는 달갑지 않았다. 너무 뻔해서 돌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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