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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라 Sep 14. 2023

아낌없이 주는 섬

삼학도 三鶴島

아낌없이 주는 나무 The Giving Tree라는 그림동화가 있습니다. 미국 작가 셸던 앨란 실버스타인 Sheldon Allan Silverstein이 1964년 발표한 작품입니다. 줄거리는 대략 이러합니다. 한 소년이 사과나무를 찾아와 자주 놀았고, 그 나무는 소년에게 놀이터이자 그늘이 되어 주었습니다. 나무는 소년이 성장하면서 가지고 싶어 한 것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열매를, 이후에 나뭇가지와 몸통을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를 버리고 멀리 떠나갔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소년은 지치고 병든 노인이 되어 나무에게 돌아왔습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나무는 노인이 된 소년이 걸터앉아 쉴 수 있는 자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래도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삼학도 三鶴島는 목포라는 소년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습니다. 이 지역에 처음 목포진 木浦鎭이 설치되었을 때부터 삼학도는 아낌없이 주었습니다. 당시에도 유달산은 돌산이라 진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나무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습니다. 땔감도 있어야 하고 건물을 짓고 배를 수리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나무가 필요했습니다. 삼학도는 시지 柴地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조선이 근대적 군사제도를 도입하면서 수군진을 폐지할 때에도 삼학도는 가진 것을 또 내어주어야 했습니다. 1895년, 목포진 관리였던 김득추는 관리가 소홀해진 틈을 타 국유지인 삼학도를 일본인 시부야 타츠로 渋谷龍郎에게 매각했습니다. 당시 일본제국은 조선을 침탈할 목적으로 여러 개항지와 그에 활용할 용도로 배후부지를 물색 중이었는데, 목포를 개항하도록 유도하려는 계획과 맞물려 삼학도가 활용하기에 제격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삼학도는 오랫동안 목포에게 아낌없이 땔감을 공급해 주었지만 결국 사리사욕에 눈이 먼 목포 관리 때문에 불법으로 팔리는 암매물건 暗賣物件 취급을 받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당시 이 사실이 발각되자 공식적으로 삼학도를 환수하려고 했으나 1910년까지 버틴 일본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가 버렸습니다. 삼학도는 일제강점기 동안 채석장과 예비 부두 역할을 하며 본래 모습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해방이 되고 겨우 국가 소유가 되었지만 삼학도는 처지가 별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목포 도심이 팽창하면서 개발할 토지가 부족해지자 목포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삼학도로 눈을 돌렸습니다. 목포를 거대한 항구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 간척사업을 확장하고 삼학도 주변을 전부 매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삼학도 축항 공사'였습니다. 결국 목포는 1961년, 대삼학도와 갓바위를 연결하는 방조제를 쌓고, 1965년 삼학도 사이 공간을 전부 매립해 버렸습니다. 예전에 가지고 있던 나무가 울창한 아름다운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후 삼학도에는 비료, 정유, 제분공장 등 여러 시설이 들어섰고, 1965년 12월에는 석탄, 곡물, 목재, 면화 같은 것을 수송하기 위해 목포역과 삼학도를 잇는 철도 노선까지 가설되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 목포시는 삼학도를 더욱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본 부두를 깔끔하게 정비하겠다고 계획을 세우면서 선창가 주변에 있던 유흥가와 홍등가를 철거해 삼학도로 옮겨버린 것입니다. 삼학도에는 이러저러한 공장들, 배를 하역하는 부두, 배를 수리하는 수리소, 화물을 운송하는 철로, 거기에 뱃사람들에게 술과 몸을 파는 유흥업소까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생긴 가장 어두운 그늘이 삼학도에 드리우게 된 것입니다.


부흥이 있으면 언젠가 쇠락이 찾아오는 법입니다. 급격한 근대화와 산업화 시기에 중심적 역할을 했던 목포도 예전에 누렸던 영광을 차츰 잃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근대화 최일선에 있었던 원도심은 공동화되었고 사람들은 떠나갔습니다. 삼학도에 자리 잡고 있던 공장들도 다 떠나고 철도도 폐로 되었습니다. 유흥시설들도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삼학도는 황폐화되고 빈 공장터들 때문에 처참한 몰골이 되었습니다.

해양쓰레기 수거시설, 폐철로에서 걷어낸 침목들, 공장들이 남기고 간 컨테이너들이 아직도 흉물스럽게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삼학도는 목포시민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고 남은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발길을 두는 시민들에게 작은 쉼터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도심에는 낡은 가옥들과 상가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공간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노적봉과 유달산을 오르는 것뿐이었습니다. 시민들은 황폐화된 삼학도가 기억났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삼학도는 언제나 목포시민들에게 그리움, 눈물 그리고 회한이 서린 공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대중가요로 손꼽히는 '목포의 눈물' 가사 첫 부분에 삼학도가 나오는 것도 곡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그러한 정서를 가슴속 깊숙이 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은 삼학도 빈 공터에 난장을 세우고, 유원지를 만들었습니다. 힘들고 지쳐 갈 곳이 없어진 목포가 삼학도로 돌아온 것입니다. 결국 목포시는 시민들 의견을 받아들여 가능한 한 삼학도가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모습으로 복원하고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추진했던 사업은 '목포의 눈물'을 불렀던 이난영 씨 묘지를 옮겨오는 것이었습니다. 경기도 파주 공동묘지에 있던 그녀의 묘를 가족들 동의를 얻어 삼학도로 이장 移葬했습니다. 삼학도 입구에서 섬 중턱까지 작은 길을 내고, 양지바른 곳에 수목장 공원을 만들어 이난영 씨를 백일홍 아래에 묻었습니다. 그리고 공원 이름을 '난영공원'이라고 지었습니다. 비록 목포가 바라다 보이는 곳은 아니지만 멀리 목포 앞바다가 차분하게 보이는 곳입니다. 그녀가 잠든 곳 근처에는 그녀가 불렀던 목포의 눈물과 목포는 항구다 가사비가 서있고, 작은 스피커에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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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정보]

[주소] 전라남도 목포시 산정동

[관람료] 무료

[관람시간] 제한 없음.

[주차 정보] 전용주차장이 있음.

 * 주차공간이 협소하니 인근 어린이바다과학관, 김대중노벨상수상기념관, 삼학도공원 주차장을 이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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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가족들과 함께 삼학도를 찾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2007년, 목포자연사박물관 소속으로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을 만드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사업공모전, 계획수립 그리고 공사 등을 거쳐 2013년 2월에 개관했습니다. '해양에 대한 과학적 사고와 상상력을 심어주는 교육의 장'을 만든다는 취지였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해양과학에 대한 기초지식과 아기자기한 전시물들 그리고 목포가 가지고 있는 항구라는 정체성에 잘 맞는 콘텐츠들을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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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정보]

[주소] 전라남도 목포시 삼학로92번길 98

[관람료]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초등학생 1,000원, 유치원생 500원.

 * 목포시민의 경우에는 50% 할인해 주며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은 무료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6월~8월 주말과 공휴일은 1시간 연장운영)

 * 매주 월요일, 1월 1일, 기타 지정일에 휴관.

[주차 정보] 전용주차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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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목포에서 자라나 인동초 같은 삶을 살다가 돌아가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것을 기념하는 건물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목포시를 대표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2003년 돌아가시고 나서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제시되었습니다. 여러 차례 자문회의를 거치고 소장품들을 기증받아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구성했습니다. 제1 전시실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모습을 재현하고 영상과 함께 당시 해외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과 축하 메시지들을 모아두었습니다. 노벨상 메달과 기념주화도 볼 수 있습니다. 제2 전시실은 그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배경과 민주화를 위한 주요 업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단체들에 대한 정보도 함께 기록해 두었습니다. 제3 전시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투쟁하며 보냈던 시간들을 관련 사료와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제4 전시실은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으로서 임기동안 남긴 정치적 유산을 8개 분야로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방문해야 할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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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정보]

[주소] 전라남도 목포시 삼학로92번길 68

[관람료] 무료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주차 정보] 전용주차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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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학도에서 가장 넓은 공간은 삼학도공원입니다. 목포시에서는 삼학도가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있습니다. 폐허가 된 곳에 다시 나무를 심어 삼학도가 내어준 살과 뼈를 다시 붙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곳이 흉물스럽게 자리 잡고 있어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어서 삼학도 탄생 전설처럼 아름다운 세 여인과 같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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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상식]

삼학도 전설은 매우 유명합니다. 유달산과 삼학도라는 자연지형을 풍자해서 선조들이 만들어낸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구전설화이다 보니 다양한 변형이 존재하고, 어느 것이 원형인지 지금에서는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구전으로 복원하려는 시도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사람마다 조금씩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향이 달랐습니다. 어느 것은 너무 잔인하고, 어느 것은 너무 에로틱하고, 어떤 것은 너무 슬픕니다. 그래서 어린이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청소년관람가 버전을 실어봅니다.

[슬픈 전설의 삼학도]

옛날 옛적 유달산에 한 젊은 장수가 무술을 연마하고 있었는데, 그 늠름함에 반한 세 처녀가 수시로 드나들어서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되고,,, 그래서 젊은 무사는 세 처녀를 불러 말했답니다.

나 역시 그대들을 (응? 그대들을? 한 사람이 아니고? (-..-)?) 사랑하나, 공부가 방해가 되니 공부가 끝날 때까지 이곳을 떠나 다른 섬에서 기다려주오." 하고 청했는데, 그 말대로 세 처녀는 무사를 기다리며 그리움에 사무쳐 식음을 전폐하다가 죽었다네요.

처녀들은 세 마리 학으로 환생하여 유달산 주위를 돌며 구슬피 울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무사는 학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고, 안타깝게도 학들은 모두 유달산 앞바다에 떨어져 죽었답니다.

그 후 학이 떨어진 자리에 세 개의 섬이 솟으니 사람들은 세 마리 학섬이라는 뜻으로 삼학도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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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최성환, 목포, 파주, 21세기북스, 2020.

노대현, 목포산책, 광주, 전남대학교출판문화원, 2019.


<함께 보면 좋은 것들>

*삼학도 공원 입구에는 독특하게 '경북도민의 숲'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영남과 호남이 함께 화합하고 상생하자는 의미로 조성된 숲이라고 하는데, 경북 구미를 상징하는 금오산 모형과 '하나 되는 손길'이라는 조형작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금오산 모형은 작은 돌과 나무로 장식되어 있는데, 생각보다 예쁩니다. 그리고 반대로 경북 구미에는 전남도민의 숲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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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가면 너무 달달한 꿀팁!>

* 삼학도에는 목포에서 유일하게 해상시티투어를 할 수 있는 크루즈선 선착장이 있습니다. 보통 섬을 여행하려면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제일 아름다운 모습은 배를 타고 나가서 도시와 항구 전경을 보는 것이죠. 삼학도가 유명한 것도 섬에서 바라본 목포와 유달산 전경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한 시간 반 정도 배를 타고 나가서 바다와 목포 전경을 즐기는 것도 좋겠네요.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출항하는 크루즈선에서는 불꽃놀이도 한다고 합니다. 크루즈선에는 한 번에 500여 명이 탑승해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목포 야경과 선상 불꽃놀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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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정보]

[주소] 전라남도 목포시 삼학로 92번길 104

[전화] 삼학도크루즈 061-245-3222

[운항요금] 성인 20,000원, 소인 12,000원. (불꽃놀이 운항편은 성인 33,000원, 소인 20,000원) 

[운항시간] 매일 11:00, 14:30, 19:00

 * 불꽃놀이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19:00 출항편에서 한다고 하네요.

[주차 정보] 전용주차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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