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어를 좋아하냐고요? 저는 '언젠가'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언제인가'라는 말을 줄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둘이 품고 있는 어감은 어마어마하게 다릅니다. 긴 친구는 어렴풋한 과거를 회상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짧은 친구는 정반대로 불확실하지만 말하는 사람이 의지를 담아서 앞날을 약속할 때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물론 과거 특정한 시점을 지시하는 부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의미만큼이나 용법이 애매모호합니다.
아! 질문이 뭐였죠? 아....... 제일 좋아한다라....... 제일 좋아하냐는 물음에는 선뜻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한 5초 정도 시간을 주시겠어요? '언젠가'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해도 괜찮은지 다른 단어들에게 소곤소곤 물어봐야 하거든요. 안 그랬다가는 나중에 조곤조곤 따져가며 혼내거든요.
아, 그래도 된답니다. 하지만 이번 한 번만 허락한다네요. 단어들 사이에서 선정하는 과정에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고, 다른 단어들 사기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말이죠. 만일 이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은 다른 단어들이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라면서요. 그래서 자체 토론과 경선을 거쳐서 후보들을 우선순위와 함께 추천해 줄 테니 다음부터는 그걸 따라야 한답니다.
눼, 눼. 아, 아닙니다. 뭐라고요? 제가요? 설마요. '네'라고 했어요. 잘못 들으신 거예요.
자, 자. 그만하고 이쯤에서 정리하시죠.
'언젠가' 당신을 찾을 때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언젠가' 말이죠.
최근 몇 개월 동안 많은 것들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어요. 이전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런 어려운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요한 선택들입니다. 하나하나가 서로 선택에 영향을 주는 종류들이라서 선택 하나가 끝날 때까지 다른 선택들은 순서를 차례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미래에서 온 나와 장기를 두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글을 쓸 여유가 없습니다. 제 글을 기다리는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제게 시간을 주세요. '언젠가'가 아니라 '금방'이라는 녀석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