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고, 싹이 트고 있으니 좀 나와 보라고... 기분 좋은 새들의 노랫소리 가득한 마당으로 나가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조금 덜 추워졌다고, 내리는 비가 쌀쌀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마당의 모습은 눈으로 보기에는 겨울과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는데, 이파리 하나 없는 나뭇가지 사이로도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한 일이었다.
잘 찾아 봐야만 보이는, 삐쭉삐쭉 올라오려고 기를 쓰는 초록의 새싹들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봄이 오는 것은 땅이 가장 먼저 느끼는가 보다.
지난했던 겨울을 견뎌내고 올라온 새싹들에 온 마음이 들썩이게 된다. 봄, 너 참 좋다
이 시기가 제일 위험하다.
땅도 나무들도 새들도 그리고 나도 봄을 느끼는 이 순간, 마음이 들썩 들썩이는 이 시기를 잘 참아내야만 한다.
따뜻해졌다고, 이제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고 섣불리 꽃망울을 달고 있는 화분을 바깥세상에 내놓았다가는 꽃샘추위에 바로 저 세상으로 보내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기간의 봄을 즐길 수 있는 건, 온전히 마당에서 겨울을 참아낸 아이들의 몫인가 보다. 온실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누릴 수 없는 특권이다.
보통 4월 중순은 되어야 안심할 수 있는데, 보름 정도를 기다리지 못해 새로 산 꽃모종을 모조리 얼려 죽이거나, 꽃 한 번 피우지 못하고 깻잎모양의 수국 이파리만 봐야 했던 몇 년 간의 경험으로, 이제는 전원생활 5년 차라고 앞서는 의욕을 잠재울 줄도 알게 되었다. 기특하다.
지금부터 그 보름간이 얼마나 지겨울지, 시간과의 싸움이다.
마당을 둘러보다 보니,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들어온다.
공중 부양시킨 딸기밭은 물 주기가 귀찮아 방치한 탓에 얼마 살아남지 않은 것 같지만, 커다란 화분에 심겨 있던 딸기에 새순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올해 제대로 딸기를 즐기려면 한 두 포기씩 나눠 심어놔야 할 것 같다.
집에서 만든 퇴비를 흙에 섞어줘야겠다.
단독주택이라 음식물을 처리하는 것도 일이지만, 양념이 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물은 나무 밑에, 텃밭에 던져주면 천연의 영양제가 될 것 같아서 그냥 버리기가 아까웠다. 그렇다고 땅에 묻자니 집에 3마리나 되는 개들이 땅을 파헤치고 파먹을 것만 같아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마당에 공간이 있으니, 유기농 자연 퇴비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시브로(남편 애칭)에게 부탁하였다. 이곳에서 만든 퇴비를 사용하면 영양분이 얼마나 많은지, 쌈채소도 열대우림 식물처럼 키워낼 수 있다.
퇴비를 만들기 위한 통에 과일을 버리면, 그 씨앗들이 자연 발아해 잡초처럼 뽑아도 뽑아도 계속 싹을 틔워내기 때문에, 올해는 내가 심지 않은 어떤 아이들이 저 흙을 뚫고 나올지 무섭다. 섞어 준 흙에서 토마토는 수천 개의 싹이 나오고, 심지어 멜론이 나오기도 한다. 무섭지만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는데, 영양분이 얼마나 풍부한지 쌈채소 한 장이 5kg 강아지보다 크게 자라기도 한다.
집에서 만든 천연퇴비를 섞어 딸기 포기를 나눠심었다.
작년 여름, 마을 입구의 농가에서 수박을 공중에 매달아 키우는 것을 본 시브로가 올해는 우리도 수박을 한 번 키워보자고 한다. 남들 하는 건 다 해보고 싶은 우리 부부.
수박이든 토마토든 포도 줄기든 매달 수 있는 건 다 매달 수 있게 텃밭에 대를 세우고 와이어로 지그재그의 줄을 만들었다.
흙이 별로 없어도 되는 아이들이 땅을 많이 차지하는 게 아까워 계단식으로 만든 쌈채소밭에 상추, 치커리, 겨자, 로메인을 심었다. 맨 위칸에는 엄마가 준 파를 다듬어 냉장고에 넣으려다가 뿌리가 살아있으니 텃밭에 심어버렸다(파는 개들이 뜯어먹으면 안 되어서 제일 높은 곳에 심었다.).
퇴비 저장소 옆 그늘진 땅에는 더덕과 참나물이 심겨 있는데, 이번에 곰취와 산나물(명이)을 추가하였다.
수박 매달 와이어 줄을 설치하고, 계단밭에는 쌈채소와 파를 심고, 그늘진 곳에는 곰취와 산나물을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