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엔 그저 프레젠테이션을 좀 한다는 사람들이 여러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를 모집하고 있는 광고다. 즉 공급자가 많은 것이다. 물론 공급이 넘쳐나니, 없던 수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것 또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제 현상이고 시장이 굴러가는 이유일 것이다.
블로그 몇 개를 보고, 동영상 몇 개를 봤다.
블로그는 초 스피드 드래그 내공을 발휘해서 읽어 내렸고,
동영상은 반쯤은 딴짓과 병행하여 보는 멀티 능력을 발휘했다.
파워포인트를 잘 만들어라~
내용을 길게 쓰지 마라~
핵심 포인트를 강조하라~
청중들을 감동시켜라~ (인상 깊은 프레젠테이션을 하라~)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다.
그렇게 얘기하는 당사자들은 정말 지금까지 몇 번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해봤는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환경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봤는가?
도서를 구매하는데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서점 어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쳐봤다.
녹색창에 쳐볼 때보다는 좀 더 힘 있고, 강렬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는, '탁'소리가 우렁차게 enter키를 눌렀다.역시나 많은 책이 보인다. 몇백억이 달린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 등의 경험이 많은 전문가부터, 평창올림픽 개최를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한 대변인 출신 전문가, 그리고, 가장 많이 보이는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분석한 책까지..
책만 읽으면 스티브잡스처럼 청바지 입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역시, 또 묻고 싶다.
몇백억이 달린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이 평범한 직장인에게 그렇게 일반적인 걸까?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행사에서 영어로 유창하게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걸까?
모두가 S전자나 L전자와 같은 대기업에 다녀서, 신제품을 소개하는 글로벌 론칭 장소에 설 수 있나?
프레젠테이션은 최상위의 협상 단계이다.
그것이 10만 원이 걸려있는 단계이든지, 100억이 움직이는 판이든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회사 내에서 동료들이나 부장님을 모시고 설명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도 있고, 고객사에 가서 동종업계의 경쟁업체들과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자리도 있다. 고객사의 CEO가 참석하는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는 대회의실이 장소가 될 수도 있고, 담당자들만이 참석하는 조금은 캐주얼한 작은 미팅룸일 수 도 있다.
모두가, 미디어 앞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레젠테이션을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공급자들은 자신이 했던 프레젠테이션 절차와 배경이라는 특수성을 일반화하여
모든 프레젠테이션 상황에 적용하고 가르치고 있다. 그것도 아니면,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나 배워볼 법한 아주 기본적인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얘기한다. 아주 Basic 하게.. 파워포인트의 캡처이미지를 적절하게 삽입하여, 책 두께를 채우는 아주 고급진 기술로..
프레젠테이션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준비과정(파워포인트, 내용지식, 핵심 포인트, 스피치 기술 등..)과
응용적인 테크닉(이미지 트레이닝, 상황별 대응, 포인트에 맞는 스피치, 자신만의 개성 PT 법..)이다.
기본은 스스로 노력할 수 있다. 굳이 15,000원에 해당하는 책을 사서 볼 필요도 없다. 서점에 가서 좀 불편한 서점 의자에 앉거나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서 각 챕터 중에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봐도 될 것이다. (어차피 스토리가 없는 기술서는 완독 하기가 쉽지 않다.) 혹은 미디어에 익숙한 사람은 유튜브를 이용해도 좋겠다. 오히려 파워포인트 기술과 같은 것들은 동영상을 보며 직접 연습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응용적인 테크닉은, 최소한 국내 산업만큼 다양한 업계의 고객들을 상대로, 1~2명이 앉아있는 미팅룸에서나 혹은 20여 명이 앉아있는 대회의실 같은 여러 장소에서, CEO를 상대하거나 20대의 젊은 담당자를 상대로 한 다양한 환경 안에서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사람의 코칭이 필요하다. 산속에서 은둔하며 내공을 쌓은 강호의 고수가 아닌, 생활 속에서, 비록 조금은 어설픈 초식을 쓰지는 않더라도, 현실감각이 진하게 벤 그런 고수.
그런 꼭 필요한 기술이 담긴, 조금은 맞춤법도 틀리고, 문장의 세련됨은 없더라도..
화려하고 멋진 표지를 가진 두꺼운 책이 아닌, 나에게 꼭 벌어질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담긴 '제품 사용후기'같은 내용이 담긴 책이었으면 좋겠다.
살면서 내가 수없이 해왔으면서도, 단 한 번도 그런 경험을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강사'라는 직업을 인생 2막으로 준비하면서도 콘텐츠에 대해서 수없이 고민했지만, 프레젠테이션 강사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나에게도 남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에 조금은 흥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