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라고 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게임에 대해서 좀 알아야겠다 생각이 되어, 몇 년 전에 유행했던 '모두의마블'부터 '마구마구' 같은 스포츠 게임까지 경험을 해보는, 정말 10년에 한 번 해볼까 말까 한 모바일 게임을 해보았고, 나름대로(?) 겜알못 기준에서 분석도 해보는 등 준비를 해갔다.
게임회사이다 보니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캐주얼한 무언가의 기운이 넘쳤고, 프레젠테이션을 받고자 자리를 한 인원들도 대부분 젊은 분위기였다.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고 한 2~3분쯤 지났을까..
자연스럽게 게임 이야기가 나왔고, 그들의 게임 얘기에 겜알못인 나는 만렙을 꿈꾸는 현질의 대명사 "아저씨"로의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처음엔 좋은 라포 형성이 되겠다 싶었는데, 대화는 점점 산을 향해 가더니, 산 꼭대기를 점령하고자 불이 붙었다.
순간, '아차~'싶은 생각과 함께, 이대로 산꼭대기 정상까지 올라가다가는 주어진 시안 안에 게임 얘기만 하다가 핵심으로 전달해야 하는 포인트들은 시간에 쫓겨 얼버무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결국,
"소생 만렙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추후에 따로 자리를 마련할 테니,
부디 강호의 고수가 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십시요."
라고 힘겹게 끊고는 다시 이어나갔다.
내 목표는 하나다. 그리고 분명하다.
하지만, 때로 사람들은 핵심이 아닌 부수적인 관심사들에 매몰되어, 그 자리에 왜 앉아있는지 조차 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프레젠테이션 역시, 내가 준비한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막힘없이 마무리할 때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태클을 받거나, 청중으로부터 인터셉트를 당해서 내 공을 상대에게 뺏길 때도 있다.
모든 상황은 변한다. 그리고, 최소한 몇 개의 상황들은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현재 내가 드라이브를 잘하고 있더라도, 청중들의 눈빛, 표정, 자세 등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얘기를 이끌어야 한다. 그들의 일거수를 계속 확인하면서 내가 가진 목표를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 분명한 목표를 잠시 망각했을 때, 프레젠테이션은 되돌릴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할 때,
파워포인트를 만들 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때,
'연습만이 살길이다'하고 생즉사 사즉생의 마음으로 리허설을 할 때도,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를 잡아야 하는 건 목표이고, 그 목표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무게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하는 사람들이 목표를 갖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청중들의 머릿속에는 핵심 목표가 아닌 부수적인 이야기들이 여운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