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속 토끼를 믿던 시간, 그 믿음이 내게 남긴 것
가로등 하나뿐이던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보려 한다.
정확히 몇 살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낮 하늘, 밤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한 건 두 자릿수 나이도 되기 전이었던 것 같다.
달빛과 별빛을 제대로 보려면 가로등조차 없는 깜깜한 곳이어야 한다.
시골의 겨울은 저녁이 빨리 온다. 오후 다섯 시만 되어도 깜깜해진다.
그 시절, 나는 믿었다.
달 안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고.
왜냐하면 정말 그렇게 보였으니까.
토끼가 달 속에 있는 걸 내가 본 이상,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학교가 끝나고 버스를 내려 집으로 가는 길은 10분 남짓.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는 그 길이 무서워 매일 뛰어 올라가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밤이 무섭기만 했던 나는, 어느 순간 저녁을 기다렸다.
달 속 토끼가 나와 함께 하늘 아래 있다고 믿었으니까.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온 세상이 깜깜해지고, 나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듯한 날.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시절을 떠올린다.
둥근달 안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으며 내게 빛을 보내던 믿음을.
살다 보면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때 희망이 있다고 믿는 것,
어쩌면 그 믿음이 어둠을 견디게 해 준다.
어둠이 있기에 희망은 더 밝게 존재하는 거니까.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가끔은, 조금 유치한 생각이 필요하다.
그 유치한 믿음이야말로 우리를 멈추지 않게 하는
작은 윤활유가 되어 주니까.
밤하늘을 담은 오늘의 달.
오늘 밤, 달을 보게 된다면 그 안에서 토끼를 찾아보세요.
어쩌면 그 믿음이, 당신의 빛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