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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마음은 조용히 유영한다
14화
8살 때에도 나, 지금도 나
그래도 여전히 나는,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by
꽃하늘
Oct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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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을 다니지 않았던 난,
1학년 입학 후 친구들과 재미있게 어울려 지내고 싶었지만
먼저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병설 유치원을 졸업하고 올라온 친구들은
공간만 바뀌었을 뿐,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나는 선뜻 다가갈 용기가 없었고,
모든 게 부끄러웠다.
선생님께 말을 거는 것도,
앞에 나가 발표하는 것도,
친구들에게 한마디 말을 건네는 것조차 부끄러웠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발표도 자신 있게 하게 되었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게 되었지만
선뜻 말 걸기를 어려워하던 8살의 모습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주어진다.
하지만 만약 내가 다시 8살로 돌아가
그 활동들을 배우게 된다 해도,
그 시기의 나는 그것들을 감당하기 버거웠을 것 같다.
나는 먼저 주변을 살피고,
내 안의 목소리와 충분한 대화를 나눈 뒤,
시간이 꽤 흐른 후에야 겨우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아이였다.
어쩌면 지금은
외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할을 익혀온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내 안엔 부끄러움이 많던 8살 아이가 남아 있다.
그래서 난,
오래된 신발이 편하고
오랜 친구가 좋고
옛사람이 그립고
오래된 옷이 좋다.
시가 피어나는 곳, 나태주 풀꽃문학관 (공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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