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와 까치가 있던 길
까치밥은 또 어떻습니까? 감나무의 감들이 저녁 해처럼 빨갛게 익으면, 사람들은 겨울에 먹으려고 감을 따지요. 하지만 감나무 꼭대기에 열린 감 하나는 따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까치들이 먹으라고 남겨두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감을 딸 때면 으레 할머니들은 파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까치도 먹고 살아야제. 하나 내비두야 된대이.”
― 이어령 지음, 이성표 그림, 『길을 묻다』(「80초 생각 나누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중,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에게 물었다. 그 눈빛은 정말 궁금하니 꼭 말해 달라는 눈빛이었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들으니 이런 이야기였다.
하교 후 학원까지 가는 시간은 앞만 보고 가면 10분 남짓이다. 하지만 밟아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만져 보고 싶은 것도 많아 아이에게는 늘 10분이 조금 더 걸리는 시간이다.
가는 길에 감나무가 하나 있는데,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그곳에 까치들이 정말 많이 모여 다 같이 감을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방금 읽은 이야기에는 감나무에 열린 감 하나만 남겨둔다고 했는데, 자기가 보는 감나무에는 감이 셀 수 없이 많고 그만큼 까치들도 늘 많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을 먹는 까치들을 놀리고 싶었던지, 감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면 힘껏 전력질주로 달려가 까치들을 놀라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궁금해져 물었다.
“그러면 까치들이 다 도망가?”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다시 와서 감을 먹어.”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 감나무는 개인의 감나무가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의 공동 감나무라서 따지 않았고, 올해는 주민들이 새들에게 양보해서 지금 읽은 책의 내용과는 조금 다른 거라고. 하지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잘 지내야 한다는 마음만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혼자 학원으로 가는 길, 늘 그 자리에 있을 감나무와 까치들을 떠올리며 걸어갔을 아이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예전의 어린이와 지금의 어린이의 생각이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계절이 바뀌면 철새들이 찾아오고,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던 나무들에는 파란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다. 그리고 그 열매를 맛보러 까치들이 찾아오던 풍경이 어릴 적 내 모습과 겹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