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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Apr 30. 2021

07_마이클 J. 폭스가 다닌 학교?

국제학생 오리엔테이션에 가다

우리가 캐나다에 도착한 건 8월 25일. 개학은 9월 초였고, 8월 말에 버나비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국제학생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우리는 버나비의 북쪽에 집과 학교가 있었고, 오리엔테이션은 버나비 남쪽에 있는 Burnaby South Secondary School에서 열렸다. 운전 연수를 받았지만 외국에서 초행길을 차를 가지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갔다. 


스카이트레인은 광역 밴쿠버 전철인데, 밴쿠버 다운타운을 제외하곤 거의 지상으로 다니는 것 같다. 고가도로 같은 건 거의 다 스카이트레인 길이다. 무인으로 운행되고, 오르락내리락하며 꽤 빨리 달리기 때문에 아이는 롤러코스터 같다고 했다. 길이도 짧고, 기차 맨 앞은 사진처럼 좌석이 하나 있어서 마치 기관사처럼 앉아 갈 수 있다(무인 열차라서 직원이 하나도 없다). 아이는 맨 앞에 혼자 앉아 "올라갑니다~ 내려갑니다~" 하면서 신나 했다.


스카이트레인 맨 앞 특등석이다


오리엔테이션 장소는 Burnaby South Secondary의 Michael J. Fox Theatre였는데, 혹시 아실라나.. 한때 그 유명했던 Michael J. Fox라는 배우를.. 그 옛날 고교시절 <Back to the Future>라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마이클 제이 폭스 덕후가 되었던 나는 여기서 소름…


그 배우 이름을 딴 극장이라고 해서 혹시나 했는데.. 알고 보니 마이클 제이 폭스가 그 학교 Burnaby South Secondary를 졸업했던 것. 덕후라면서 그가 캐나다 출신인 것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던..

30여 년 전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나 마이클 제이 폭스 보러 미국 갈 거야”라며 농담하던 추억이 떠오르고, 이런 식으로 연결된 우연이 어찌나 소름 끼치게 좋았던지.. 버나비를 고른 딸에게 감사하며 ㅎㅎㅎ


버나비 사우스 세컨더리와 마이클 J 폭스 극장 로비



오리엔테이션은 3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대부분 한국 아이들과 그 엄마들이 참석했고.. 첫날은 기억에 없다. 환영인사했겠지..  

국제학생 오리엔테이션 일정 



둘째 날은 필드 트립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하필 밴쿠버 여름 같지 않게 대차게 내리는 비(2년 살면서도 이런 비는 드물었다는..) 미국 영화에서 많이 보던 노란색 스쿨버스를 타고 활짝 행복한 웃음으로 떠나긴 했으나 결국 박물관만 가고 호수에서 카약인지 카누인지 타기로 한 행사는 아쉽게도 취소.. 


마지막 날은 우리 딸에겐 의미 없는 영어 테스트가 있었다. ㅎㅎㅎ 알파벳 겨우 따라 그리는 아이가 뭘 쓰고 나올 수 있었겠는가. 당당히 백지 내고 나왔다는..


비와도 좋단다


버나비 시 교육청에서 단체로 하는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엔 각자 다닐 학교에 가서 등록과 투어를 하고 교장선생님을 만나는 일정이 있었다. 딸이 다닐 학교에는 우리 포함 두 집에서 유학을 왔고 그 집은 6학년, 4학년 남매가 왔었는데, 학교 다니는 동안 내내 사이좋게 잘 지냈다. 


투어를 진행해주신 ESL 선생님은 할아버지 선생님인데, 아주 친절하셨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다. 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가해서 훈장도 받았고, 이명박 대통령한테 감사편지도 받았다고 하신다. 딸아이가 선생님과 지구본 보면서 한국이랑 캐나다가 너무 가깝다나 ㅎㅎㅎ


"한국이랑 캐나다랑 가까워요~"(라고 말했다고 내가 통역해줬다)



그리고 그 오리엔테이션에서 좋은 인연을 만났다. 한국의 지인과 닮아 혹시나 관련이 있나 싶어 눈에 띄었던 예쁘장한 엄마와 작고 귀여운 남자아이였는데 마침 우리 딸과 동갑. 아이도 하나씩이고 아이들도 동갑이고 유학 동기로서 유대감도 있고.. 오리엔테이션 마지막 날 그 엄마가 우리 동네를 간다 하여 차에 동승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되었다.


씩씩하고 활동적인 우리 딸에 비해 얌전하고 순한 그 집 아들은 그날부터 단짝이 되어 잘 놀았고, 우리는 그날부터 거의 매주 주말을 함께 보내는 사이가 되었다. 두 아이는 성향이 참 다른 듯한데, 아주 잘 놀았다. 같이 수영도 하고 인라인도 타고, 놀이터에서도 잘 놀고, 엄마 아빠 놀이도 잘하고.. ㅎㅎ

집은 차로 10여분 거리에, 학교는 달랐지만, 거의 주말마다 그 집과 우리 집을 번갈아 가며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고 타국에서 가족처럼 의지하며 지낼 수 있었다. 정말 고마웠던 제규네~ 고마워~~


만나자마자 친구되어 잘 놀았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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