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살아가는 게 삶이다.

내가 존재하는 공간이 바로 내 자리다.

by 이작가

삶은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나만의 자리를 찾기 위해 긴 삶의 여정을 퉁퉁 부은 발로 축 처진 어깨로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조각이 딱 맞게 끼워지며 퍼즐이 완성되는 것처럼. 내가 그곳에 끼워져야만 그림이 완성되는 그런 내 자리를 찾고 싶었다. 그렇게 나만이 존재할 수 있는 그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누구의 의심도 필요 없는 완전한 내 자리.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다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다. 잠깐 멈춰 쉬고 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몸은 좋아졌지만 마음과 머리는 쉬질 못 하고 더 바삐 움직였다. 여기저기 아무리 내 모양을 바꿔가며 끼워 맞춰보려고 해도 내가 들어가 딱 맞는 완성된 그림은 없었다.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이 있구나. 속상했다. 마음이 아팠다. 주저앉아 울었다.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머리가 아프다. 머릿속이 하얗다. 그리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머리도 마음도 이제는 쉴 수 있다. 다시 생각했다. 나를 끼워 맞추며 세상을 완성시키려고 하지 말자. 그렇게 내 자리를 찾는 여행은 끝이 났다.


아스팔트 사이를 뚫고 피어난 민들레가 보인다. 한 줌도 안 되는 흙 속에서 피어난 꽃이 대견하기도 하고 시리도록 아프기도 했다. 아스팔트 사이의 좁은 공간이 처음부터 민들레의 공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민들레가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이곳이다. 처음에는 민들레도 난처했을 것이다. 하필 힘든 시간을 이기고 싹을 틔운 곳이 아스팔트 사이의 비좁은 공간이라니. 울창한 숲은 아니더라도 옆에 친구 하나쯤 있다면 덜 외로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민들레는 빗물을 받고 햇빛을 받으며 자기의 자리를 만들고 꽃을 피워냈다.


처음부터 정해진 내 자리는 없다. 어디에 뿌리를 내렸든 내가 머무는 곳이 내 자리다.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다면 스스로가 공간이 될 수 있고 존재가 될 수 있다. 내가 존재하는 공간이 바로 내 자리인 것이다.


민들레처럼 자신이 머무는 곳을 제자리로 인정하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완벽하게 딱 하고 끼워진 퍼즐도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 딱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완벽한 그림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림을 그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나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민들레가 바람에 흔들리듯 나의 이 고백도 살아가며 가끔 흔들리겠지만 그렇게 흔들리면서 살아가는 게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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