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에게 들려오는 나의 이야기가 있다. 나도 모르는 내가 마치 나인 것처럼 누군가의 입에서 누군가의 귀로 또다시 누군가의 입에서 누군가의 귀로 파도를 탄다. 나에게까지 몰려온 파도 속의 나의 모습은 또 다른 내가 되어 있었다. 너무 사실처럼 생생해서 정말 내가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분명 내 이야기인데 내가 아니다. 마음 한켠이 아린다.
나는 가끔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를 때가 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아는 게 별로 없다. 날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남편은 나를 모르고 나도 남편을 모른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나를 정말 모른다. 한 지붕에서 매일을 함께 해왔고 함께하고 있는 가족도 서로를 다 알지 못한다. 하물며 타인이 나의 삶을 그리고 내가 타인의 삶을 어떻게 우리가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세상은 타인에 대한 끊임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도 느낌이 다르고 관점에 따라 감정도 조금씩 다르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느끼고 다른 감정을 감정을 갖는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그러니 함부로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넘겨짚거나 이해하는 척해서는 안 된다. 그는 지금 내가 하는 생각과 다른 것을 생각하고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다. 눈에 보이는 그의 모습이 다가 아니다.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그 사람의 삶을 다 아는 양 판단하고 난도질하여 세상에 토해낼 필요는 없다. 내가 타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듯 타인 또한 나를 진정한 나로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떠들던 그것은 그들이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기면 된다. 그들이 그럴 수도 있음을 미리 생각해두면 내 마음이 조금 덜 다칠 수 있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덜 아프기 위해 그렇게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평화로울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관계는 이렇듯 오해에서 비롯된다. 내가 타인을, 타인이 나를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이 나를 알고 있다고 오해하기 때문에 그 관계는 어긋난다. 내가 그들을 모르듯 그들도 나를 모른다. 이것을 알고 이해하면 더 나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