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나는 잊어라

by 이작가



규칙적인 밤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그 시간에 대단하고 특별한 일들이 매일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매일 그 시간에 자리하고 앉아서 늘 하던 대로 커피를 마시거나 와인 한잔을 하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거의 같은 패턴으로 반복적이고 평범하고 일상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삶이 지루하거나 재미없진 않다. 언제나 같은 패턴의 삶을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꼬물거리며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끼며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는 기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밤에 생긴 시간의 여유로움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플래너를 쓴다. 내일 해야 할 일을 일 중 간단한 몇 가지는 미리 해 놓기도 한다. 이렇게 평범한 삶에 즐거운 이벤트를 끼워 넣자 설렘 가득한 하루가 나를 맞이 했다.


저녁 시간은 나에게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삶에 대한 의지를 일깨워 줬다. 나를 돌아보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런 시간이 계속되자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 플래너에 계획들이 들어차고 작을 계획을 하나씩 이뤄내며 용기와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계획한 일들이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그런 모습을 대면하면서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하는 것이다.


꼭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어떤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이유도 동기도 계획도 필요 없이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밤 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꼭 그 시간에 깨어 있어서 대단한 일을 하고 뭔가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밤 시간의 여유를 통해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잠을 포기하고 피곤함을 이겨내고 얻은 인생을 보너스 시간을 갖는 것으로 자신만의 생활 습관을 만들고 특별하진 않지만 다른 삶은 사는 것으로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산다는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면 됐다.


밤 시간에 할 일은 많다. 그중에서도 내일을 보다 여유롭게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미뤄왔던 일을 하는 것이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일들에 숨이 턱턱 막힌다. 내일까지 해야 할 일이 깜깜하다. 수업 연구도 해야 하고, 커리큘럼도 짜야하고, 상담 일지도 정리해야 하고, 협찬받은 책 서평도 써야 하고, 수업 교재도 만들어야 한다. ‘ 아, 진짜 이걸 어떻게 다하지. 내일 플루트 수업도 있는데.’ 아무리 구시렁거려봐야 소용없다.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럴 때 밤 시간은 구원의 시간이다. 내일의 시간을 조금 앞당겨 쓰는 것이다. 밤 시간을 사용하면 적어도 3시간은 미리 확보할 수 있다. 해야 할 일들 중 몇 개를 미리 끝내 놓는다. 그러면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플루트 수업을 걱정 없이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일 아침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뜨며 활기찬 아침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밤 시간을 즐겁게 활용하는 것은 얼마나 평화로운 삶을 제공해주는가.


누군가는 자고 있는 시간을 통해 여유를 맛본다. 그 시간에 일을 하느니 차라리 잠을 편히 자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피한다고 사라지는 일이 아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하는 것보다 밤 시간을 사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편안한 음악을 들으며 원한다면 시원한 맥주나 부드러운 와인을 마시며 자신만의 공간에서 해야 할 일을 한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저녁 시간을 피곤한 몸을 위한다는 핑계로 침대에 누워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지 더 가치 있고 충만한 자신만의 습관을 만들어 효과적으로 사용할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분명한 것은 그 선택들이 쌓여 다른 내일의 나를 만들 것이다. 오늘 밤 시간은 더 자유롭고 가벼운 내일을 만든다.


기다리지 마라.
꼭 맞는 때는 절대 오지 않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지금 뿐이다.